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너... 키스 처음이라더니 왤케 잘 해?"

 

 아 조금은 뜬금 없지만 발 맥더미드 여사의 <인어의 노래>를 읽으며 느낀 게 이런 감정이었답니다. 책 앞날개를 읽어보지 않아서... 이게 첫 시리즈의 첫 책인줄 알았지 뭡니까. 분위기 잡아가는 것부터 능수능란한 테크닉... 그러고 보니 저녁 메뉴도 꽤 공들인 흔적이... 아 이건 아닌가요. 한참 읽다가 뭔가 심상치 않아서 앞날개를 살짝 읽었더니 토니 힐 시리즈 전에도 꽤 책을 쓰셨더군요. 아마도 '한국독자'들과 첫만남일 뿐인데 제가 넘겨짚었던게죠. 기분 나쁘기는 커녕. 기꺼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뭐를요? 독서요.

  이 책의 주인공 토니 힐 박사는 유능하고 유머감각이 있고 얼핏 보면 완벽해 보이는 매력남입니다. 그의 파트너 역할을 맡게 된 여형사 캐롤 조던 뿐만 아니라 프로파일링을 도입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선 경찰들조차 서서히 그를 인정하고 도움을 받게 되죠. 모든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있을 것만 같은 그에게 두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잔인하게 시체를 고문, 살해하고 게이 구역에 버리는 연쇄살인마의 등장. 그리고 박사 스스로의 고민.....

 
  이 책에는 연쇄살인마를 다루는 스릴러물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것 뿐만아니라 토니 힐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재밌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후반부까지 베일에 쌓여 있는 '핸디 앤디'는 섬세함과 자제력을 갖추었지만 여타 다른 연쇄살인범들에게 뒤지지 않는 정신상태와 잔인함을 보여줍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가 테러범과의 '체스 게임'을 연상시킨다면 이 작품에서 서로의 두뇌싸움은 화약냄새보다는 칼날의 서늘함과 피의 끈적함을 느낄 수 있는 정글의 생존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스릴러물의 기본 중 하나가 상대가 제대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핸디 앤디'는 합격점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살인마의 비밀일기와 토니 힐이 필사적으로 따라잡는 프로파일링이 일치하거나 빗나갈 때 독자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맥더미드 여사의 구성실력은 발군입니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재밌는 상황, 제대로 맛이 간 것 같으면서도 지나치지 않아 보이는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팽팽한 상태의 살인마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수기들이 그렇고 타이밍을 빼았으면서 다른 등장인물이 신경쓰이게 하는 몇몇 표현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맘에 들었던 점은 제대로 된 반전이 무엇인지 나름의 답을 제시해 준 것 같아서 였습니다.

 

  할런 코벤의 조금은 지겨운 반전 폭풍과 제프리 디버의 '뭔가 더 있겠지' 살짝 공식화 된 반전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타이밍에 치명적인 곳을 단 한 번의 '지르기'로 끝낸다.'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어떤 분은 별다른 반전이 없다고도 하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의외로 괜찮은 타이밍과 상황에서 지르고 들어오는 결말에 '어?!' 하는 기분 좋은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습니다. 깔끔하고 차라리 독특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인어들의 노래를 들었네, 서로서로에게.

   그들이 내게 노래하지는 않으리라. "

 

 라는 T.S 앨리엇의 시구에서 따온 제목 <인어의 노래>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상당히 큰 여운을 주는 좋은 제목 같습니다. 인어가 상징하는 이미지와 인어의 노래에 얽힌 이야기들을 상식으로 갖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책을 다시 한 번 떠올렸을 때 기가 막힌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의 승리인지 패배인지 모를 결말부를 읽고 난 후에 떠오르는 건 다름아닌 니체의 <선악을 넘어서>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장르소설에서 써먹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책 만큼 잘 어울리는 책도 없을 것 같네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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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06-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송기다리는 중입니다 <속삭이는 자>의 후유증이 워낙 세서
당분간 serial killer쪽은 안 볼 생각이었는데...

이박사 2011-06-24 21:38   좋아요 0 | URL
살짝 묘사가 잔인해요. 한 두권 정도 살짝 묵직한 걸 읽으시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