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소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링컨 라임 시리즈 3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제프리 디버의 링컨라임 시리즈 3탄 ' 곤충소년 '

 

 원제인 Empty Chair 는 일종의 심리치료방법을 뜻하는데 빈 의자와 마주하며 그 의자에 앉은 인물과 상상하며 대화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뭐 그런건데 '곤충소년'이라는 한국어 제목이 훨씬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별다른 말이 필요없는 제목이란 점에서 성공적인 작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의 특징은 하나의 체스판을 연상시킨다는 것에 있다. 부동의 '킹'은 체스판 절반의 심장이자 두뇌로 전지전능한 퀸과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장기말들을 휘두르며 공격과 방어를 해낸다. 말할 것도 없이 킹은 링컨 라임 퀸은 아멜리아 색스일 것이다. 때때로 링컨 라임에 필적하는 상대가 등장할 때면 열세에 몰리다가도 차근차근 상대의 수를 밟아 나가고, 앞서 수를 읽고 결국 체크메이트에 이르기까지의 짜릿함.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상대의 뒷통수. 이게 이 시리즈의 묘미이자 제프리 디버가 가장 잘 할 줄 아는 재주이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인 곤충소년은 곤충의 지혜를 익혀 링컨 라임과 보안관들을 괴롭힌다. 그렇다곤 해도 16세의 소년일 뿐 링컨 라임의 상대가 되질 않을 텐데, 제프리 디버는 기형적인 체스판을 준비해 쓸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곤충소년의 주무대인 늪과 호수지대에서 장비와 인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링컨 라임은 그야 말로 '폰'과 '퀸'으로만 게임을 진행해야하는 상태. 우리식으로 하면 양쪽 포,차를 떼고 마까지 잃은 채 두는 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 뭐 작품 안의 표현처럼 '물에서 벗어난 물고기 신세'라고도 하고.

 

 애초에 책의 두께와 제프리 디버의 스타일을 앞선 두 권을 통해 책의 진상이 그리 간단하지 만은 않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방어-공격의 패턴을 벗어나 추격과 탐색 중심의 내용이기에 질질 끌다가는 책이 자칫 지루해질 거라는 걱정도 하게 되고. 제프리 디버가 선택한 것은 현명하게도 '아멜리아 색스'에 이야기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여러모로 배반의 아이콘으로 찍힌 아멜리아 색스는 링컨 라임의 가장 큰 전력이기에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건방진 링컨 라임을 엿먹이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해준다. 지금까지 날고 기는 악당들의 공격을 얄밉게도 이리저리 막아내던 라임에게 한방 먹여버리는 모습이 왠지 모를 통쾌함을 준다고나 할까. (내가 변태인걸까...)

 

 거기에 증거물의 노예와 인간으로서 기대게 되는 따뜻한 마음. 연인으로서의 마음과 이기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멜리아 색스는 이 작품의 건조함을 촉촉히 적셔주기도 하고, 축축함을 말려주는 따뜻한 햇살과 같기도 하다. <곤충소년>에서 만큼은 아멜리아 색스의 공이 90%는 되는 것 같다.

 

 살짝 읽어보려고 잡은 책이 끝장을 보게 만들었다. 내 취향이 '시골 스릴러'를 선호하는 것에 있는 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난 이런 무대설정이 너무 좋다. 링컨 라임의 패턴에 질리지 않게 띄엄띄엄 시리즈를 읽어 나간 것도 재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도 같다.

 

 어릴 적 자주 읽었던 만화책 중에 '곤충소년' 이란 게 있었는데 개릿에게 그런 능력을 줘보는 것은 어떨까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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