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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계단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성은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 아는 분의 혹평을 들어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읽고 나니 꽤 읽을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재가 가진 무게만큼 작가의 스토리 텔링이 묵직하지 않았고, 문장 하나하나가 공들였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그런 기대치를 버리고 '시대활극' 정도로 본다면 괜찮은 작품이다. 빨리 읽히고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사들이 재밌으며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를 떠올린다면 이 책의 느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루이 16세의 사형 이후, 감옥에 유폐되어 10세의 나이로 사망한 소년 루이 17세 - 루이 샤를의 생사 여부를 놓고 비도크와 함께 아버지의 흔적을 더듬는 주인공의 이야기. 팩션이라고 보면 팩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시대모험활극' 정도로 인식하고 읽는 것이 훨씬 마음에 편하다. 시대적 고증이나 역사적 연구에 따른 논리 전개라기 보다는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등장인물들의 활약상을 그리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장르소설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살짝 자신이 없다. 영화로 만들어 시각적인 효과 - 시대 분위기를 잘 살린 세트와 매력적인 등장인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을 극대화 한다면 모를까 문학 자체로서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나부터도 많은 부분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고작 예전 어디선과 보았을 법한 영화의 장면장면을 오려붙여 즐겼던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괜찮은 영화 한 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 땐 반대로 감독의 역량이 시험받을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