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옥용 옮김 / 동방미디어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프레더릭 포사이드의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고, '재칼의 날'을 손에 집었다가 놓은 적은 서점에서 5번 , 도서관에서 4번 정도 있었다. 물론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는 담았다 빼기를 수십 차례는 했던 것 같다. 첩보, 밀리터리 물 전문작가라는 이미지만 가졌었을 뿐 그의 책이 어떤 책일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잭 히긴스의 ' 독수리는 내리다' 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그 마지막 결말을 아끼면서도 정작 그런 쪽 장르를 찾아 읽진 않는다. 작가가 노골적으로 또는 은연중에 몰아가는 '--이즘'의 끝에서 갇혀있기 싫기 때문이다. 과도한 애국심이라던가 무정부주의 그런 코드가 존재한다면 꽤 난감한 일일 거라고 지레 겁먹는 것도 있다. 난 정말 귀가 얇으니까.

 

 어느 날인가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 알라딘에서 팔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같은 출판사의 이 책도 있나 싶어 검색해 본 것이 계기였다. 적절한 가격의 중고책을 발견했던 것이다.<베테랑> 이란 책은 내가 알고 있던 포사이드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것도 아니고 어디론가 침입해서 문서를 훔친다던가 하는 내용도 아니었거니와, 코를 세게 한대 쥐어박는 부분이 가장 박진감 넘치는 그야말로 조용한 소설이었다.

 

 <베테랑>은 단편집이라고 하긴 그렇고, 중편2작품 정도와 단편 1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소설들이 실려있다. <베테랑>, <도둑의 기술>이 중편에 속하고 <기적>이 단편에 속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가장 짧으면서도 혼을 쏙 빼놓는 <기적>이지만 나는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 꽤 확실하게 나뉘어진 악역과 선역으로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책의 내용들은 차라리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기괴한 사건에 휘말린 일반인이나 특수직종의 사람들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단지 평소보다 특별한 이야기란 점이 묘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느낌이었다.

 

 끝 부분에 톡톡 튀는 반전은 물론 결말부를 돋보이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얼핏보면 촌스러운 느낌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베테랑>에서의 법의 부조리에 내 속이 부글부글 끓고, <도적의 기술>에서 오션스 3 내지 4의 활약에 키득거리고 간질간질한 몸을 추스르면서 포사이드라는 이야기꾼의 재주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물론 그래서 <기적>의 스스로 가슴벅차 했던 것에 분노하기도 했고.)

 

 <베테랑>의 부제는 '한 형사 이야기' 이다. 이 책은 번역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부제마저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붙인 듯 하다. 여러모로 불만이 많지만, 가장 큰 불만은 절판되었다는 것이다. 큰 임팩트가 없는 작품이라 앞으로도 보기 힘들겠지.

 

 훈훈하고, 재치를 느낄 수가 있고, 열받을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던 느낌이 좋은 책이었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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