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원은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의 명탐정 44인' 류의 책을 보면, 미스터리의 세계에는 참 많은 작가와 탐정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그리도 각각의 개성이 강한지...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홈즈와 뤼팽, 포와로의 세계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개성 넘치는 탐정들이 많죠. 팬더 추리문고, 자유, 일신, 동서 추리문고 등을 접하신 분들이라면 그래도 더 다양한 탐정들과 친분을 쌓으셨을텐데...홈즈와 뤼팽에 대한 이름만 알다 김전일과 코난으로 미스터리 장르를 접한 세대에겐 사고기계니, 구석의 노인이니, 딕슨 카니 (뭔가 등호가 성립 안하는 느낌이지만...) 하는 이름들은 한없이 낯설 수 밖에요.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우타노 쇼고, 아야츠지 유키토 같은 좋은 추리소설 작가들은 국적을 떠나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애정을 담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가들을 키운 것은 바로 일본엔 다양한 미스터리 고전의 비옥한 토양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앨러리 퀸의 작품들이 절판되었고, 반 다인의 책이 근사한 모양으로 나와도 판매가 저조하고, 딕슨 카의 작품들 또한 홀대를 받았습니다. (동서추리문고가 불사조처럼 책을 찍어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부끄러운 일이니 언급이 꺼려지는군요.)

 어쨌든 나름의 명성을 가진 작품들도 재미를 못보는 한국에 이름만 들어봤던 '손다이크' 박사의 데뷔작이 소개되었습니다. 무려 100년 전에 출판된 '과학수사'의 대가 손다이크 박사의 작품이라... 사실 본격 미스터리나 고전 작품들을 재미없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눈부신 과학의 발전일진데... 100년전 과학수사 이야기가 어떤 재미가 있을지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스틴 프리먼의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은 요즘의 책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많이 밋밋합니다. 이렇다할 기교도 없고, 인물들의 매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습니다. 기교가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손다이크 박사 자체가 상당히 평범하게 느껴졌다는 점은 저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괴짜인 셜록홈즈, 까칠한 포와로, 신출귀몰한 뤼팽과 비교해서 너무나 평범했습니다 (브라운 신부보다도 더 !). 눈이 먼 것도 아니고, 귀머거리도 아닌 손다이크 박사에 대해 거의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죠. 

 

 그 이유는 잠시 언급했던 '과학수사' 가 바로 손다이크의 개성 그 자체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파일로 밴스처럼 두루두루 장황설을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오래될 수록 근사해 보이는 문학 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다지만, 손다이크 박사는 지금은 우리에게 친근한, 혹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는 과거의 과학지식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은 아쉬운 부분이 참 많았지만, 그것이 책의 단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의 작품임을 감안하고 홈즈와 뤼팽의 대결에 가슴이 두근거리던 시절로 돌아가면 고스란히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출판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책은 경쟁력이 그렇게 뛰어난 책이 아닙니다. 하지만 독자를 속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반전을 남발하는 지금의 책들보다는 훨씬 쿨하고 깔끔합니다.

 

 때로는 고사양의 게임보다는 패미콤으로 슈퍼마리오 하는 것이 재밌고, 전자음과 알 수 없는 가사로 채워진 노래보다 쎄시봉 친구들의 노래가 더 듣기 좋은 것처럼 말입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별점은 개인적인 만족감으로는 4개까지, 객관적인 평가로는 3개 반을 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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