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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참 뜬금없이 등장했더랬다.
뜬금없이 벗고 있었고, 스토리 콜렉터라는 브랜드의 첫 작품은 '키켄'이라는 일본 작품이었는데 뜬금없이 독일 작가의 책이 나왔으니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책. 이 바닥이 기대작조차 판매량이 저조해 금방 사라지는 곳이라... 뜬금없이 나온 이 책.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출판사에 전화를 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읽은 사람마다 별 다섯개를 아끼지 않는 등 심상치 않은 반응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판매량도 꽤 훌륭해서 알X딘 장르문학 1위 뿐만 아니라, 문학 순위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쯤되니 어떤 책인지 궁금해져서 없는 살림에 한 권 장만했다. (한 달 된 시점에서 초판 7쇄... 장르소설 중 이런 페이스는 참 오랜만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굉장히 탄탄한 작품이다. 한 젊은이의 인생이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사건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가 출소한 후에도 끈덕진 악몽처럼 옭아매는데, 화려한 맛은 없어도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완급조절이 훌륭하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의심스럽고 (심지어 주인공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술이 웬수!) 형사들의 사생활과 연관된 곁다리 에피소드 또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보통은 남녀관계의 치정에 얽힌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지저분한 뒷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깔끔했다. 피와 광기가 난무하면서도 시시한 책이 있는 반면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바이fuck케이션이 떠오른다..) 과거의 시체 두구를 가지고 500여 페이지를 흥미진진하게 끌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에게 몰렸던 관심과 기대가 각자의 호오에 따라 꽤 갈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 느꼈던 막연한 기대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상당히 충족된다. 부족함 없으면서도 신선한, 탄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책에 대한 기대로 살아가는 장르 팬에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흠잡을 곳 없는 최고의 선물이다.
영미권보다 유럽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요즘 그 중에서도 단연 톱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고 일찌감치 혹은 뒤늦게 말해본다.
별 다섯에 별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