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흑과 백의 장기짝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내뿜는 체스판에서

 링컨 라임은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푸른색 킹' 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를 '콜드 문' 부터 시작한 나의 실수를 이제 와서 말해 무엇하랴. 시리즈 물은 되도록이면 차례대로 읽는 것이 좋다는 누군가의 충고를, 시리즈 물은 무조건 차례대로 읽어야 한다는 나만의 다짐으로 바꿔쓰며 별 다섯짜리 책에서 별 절반을 깎아 내린다. 이건 나 자신을 위한 벌의 의미가 크다.

 

 까칠하고 괴팍하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링컨 라임. 그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아멜리아 색스를 위시한 매력적인 그의 팀원들은 그 어떤 책의 등장인물들보다 위력적이고 압도적인 수사능력을 자랑한다. 마치 체스판의 말들처럼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움직임으로 링컨 라임이 지정한 곳에 위치하며 링컨 라임의 새로운 손과 발 (혹은 날개)인 아멜리아 색스는 체스판에서 가장 화려한 존재인 '퀸'의 칭호에 걸맞는 여자다.

 

 이미 인생의 외통수에 걸려 안락사를 선택하려던 그에게 찾아온 지능범 '본 콜렉터' 사건. 하나의 완벽한 경기를 완성하기 위해 뛰어난 악역을 준비한 작가 덕분에, 링컨 라임은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고 '그나저나' 로 시작되는 새로운 삶의 이야기 (혹은 새로운 죽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숨가쁘게 쉴 틈없이 몰아치는 본 컬렉터의 한수 한수가 처음에는 링컨 라임을 수비로 몰아가지만, 링컨 라임은 그 공격 틈 사이 빈 공간으로 재주좋게 자신의 퀸을 움직이며 상대의 킹을 노린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결말부에서 나는 엉뚱하게도 한 칸도 움직일 수 없는 킹의 코앞에서 유유히 조롱하는 상대의 여유로운 모습을 떠올렸다.

 

 아멜리아 색스와의 로맨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링컨 라임이 짊어진 것들에 대한 무게가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지는 시리즈의 첫 편이다. 이미 여덟권이 국내에 발간된 지금, 이 첫 권을 읽지 않고 중간부터 시리즈를 탐한다는 것은 이미 시리즈가 '오염'된 상태임을 의미하므로... 링컨 라임의 불같은 성미를 귀동냥으로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이 책부터 시작할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

 

 물론 이제와서 읽은 사람은 나뿐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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