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숲 블랙 캣(Black Cat) 23
타나 프렌치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 (원제 : In The Woods)은 번역 되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책이다.
 아일랜드 여성 작가의 첫 작품이 에드거 상, 매커비티 상, 앤서니 상, 배리 상의 신인상을 모두 휩쓸어버렸다는 소문을 듣고 정말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출판될지 궁금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작 <Faithful place>가 2010년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미스터리/스릴러 Best 10에서 1위를 차지하고, 에버리치 홀딩스의 Escape에서 발간된다는 말이 들렸다.  도대체 <In The Woods>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두의 몸이 달아 올랐을 때, 다소 갑작스럽게도 영림 카디널의 블랙캣 시리즈로 타나 프렌치는 한국 땅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블랙캣 시리즈의 맛을 살린 좋은 표지지만, 제목은 약간 ...>

 

 기물 전시관 때도 그렇고 (살인자의 진열장으로 국내 발간), 우리나라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는 억지로 '살인' 이란 단어를 제목에 넣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숲속에서> 가 <살인의 숲>으로 제목이 정해진 것, 출판사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한 부분이었다.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을 펼쳤을 때, 내가 처음 받은 느낌은 다름 아닌 감탄이었다. 첫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타나 프렌치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표현이 풍부하고 묘사의 기교가 뛰어나나 그것이 미사여구로 보이지 않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나 할까. 존 카첸바크의 묘사들이 너무 화려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면이 있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그녀의 글빨은 알려지지 않은 수제화 장인의 구두처럼 미끈하다.

 

  하드보일드 풍의 소설처럼 인물의 심리상태와 배경이 뒤섞여 하나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가지만 어느 일정 선을 넘지 않는다. 그 과잉되지 않도록 억누르는 재주는 그녀가 첫 소설을 써내려가는 신출내기 작가라고 상상할 수가 없게 만든다. 그렇다. 억누름. 난 어떤 스릴러 작가보다도 억누름에 대한 재주를 잘 보여준 작가가 타나 프렌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에게 정신적 상처를 준 과거의 사건, 고대의 비밀을 간직했을 것만 같은 숲, 친근한 것 같지만 위태로운 인간관계, 정치와 돈에 연관된 구린내 나는 사건 등등을 손에 쥐고 독자를 흔들어 대지만 결코 독자가 컵 밖으로 쏟아지도록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고 작품에 녹아 들 수 있는 장점을 제외하고는 사실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짙은 안개가 낀 것 같은 초중반부는 사람에 따라서 호오가 갈릴 듯 하다. 그 부분을 짜릿한 순간을 위한 기다림이라 여겼던 사람에게도 결말부는 약간 부족한 쾌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어떤 일본 소설과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더 실망스러웠던 부분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숲>은 '신인답지 않은' 같은 수식어를 생각할 수 없게 하고, '처녀작' 이라는 말 또한 무색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데뷔하자마자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수준의 책임을 알 수가 있다. 그녀는 Faithful place의 성공으로 타나 프렌치 그녀 자체야 말로 울창한 숲과 같은 작가임을 증명해 보였다.

 

 <살인의 숲> 은 읽는 것이 피곤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이 풍부한 좋은 책이다. 인물 간의 씁쓸한 관계들이 독자의 맘을 아리게 만들지만, 결국 우리는 묵묵히 바람에 흔들리는 숲처럼 그 소란스러움을 안으로 억누르는 법을 배운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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