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7 링컨 라임 시리즈 7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잡은 제프리 디버의 책.

 사실 링컨 라임은 예전에 영화 '본 콜렉터' 로 접하긴 했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몸이 불편한 링컨 라임이 '아바타를 조종하듯' 여형사 아멜리아 색스와 일체화 되는 것이 묘한 긴장감을 준다. 두 사람의 주고 받는 말이 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생각이 휘몰아치는 듯한 박진감이 있다고나 할까. 번뜩임 그리고 나아감. 질문 답변 그리고 보충. 칭찬 의심. 
 

 어처구니 없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알프레드 베스터의 불꽃놀이를 볼 때와 아주 비슷한 쾌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콜드 문>에서는 철저하게 정교함을 추구하는 살인마 '시계공'과 링컨 라임 팀이 붙는 내용이다. 시계공의 거침없는 공격을 링컨 라임이 적절한 응수를 통해 계속 막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신기했다. 그 동안의 링컨 라임의 활약을 모르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가 '난공불락의 킹' 처럼 보였을 지경이다.


 너무 높게 설정된 것으로 보이는 링컨 라임의 능력과 매력적인 카트린 댄스의 등장으로 난 사실 이 책의 재미를 서서히 잃었었다. 고집스럽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링컨 라임보다는 자유자재로 상대를 주무르는 댄스의 동작학은 이 책에서 유독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활약이 돋보일수록, 라임마저도 그녀의 능력에 의존할수록, 색스의 마음이 흔들릴수록 책에 대한 재미가 서서히 떨어져갔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대한 인상이 더욱 강하게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인을 약간 억지스럽게 방어하는 것에 대해 약간 느슨해지는 독자의 긴장감을 제프리 디버는 과감히 '놓아' 버린다. 여기서 느꼈던 놀라움은 허탈하기까지 한데 오른손에 쥔 남은 책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째깍째깍 소리를 내던 시계가 갑자기 멈춰버리고 멍해진 기분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을 때, 제프리 디버는 시계바늘을 두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세하다고 생각했던 장기에서 허점을 물렸을 때처럼, 독자와 링컨 라임은 허둥지둥 대면서 상대의 체크메이트에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 재미가 꽤 마음에 들어서 마지막 부분은 스케일이 커졌음에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콜드 문>으로 시작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댄스의 활약에 약간은 빛이 바랜 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일단은 계획한대로, 캐트린 댄스의 <잠자는 인형>을 손에 쥐기로 한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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