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진열장 2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읽었던 로버트 크레이스의 <워치맨>이 액션의 정점을 보여준 멋진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 <살인자의 진열장>은 스릴러의 정수를 만끽하게 해준 또 다른 명작이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책이 분권되어 책값이 쎄다는 점 정도. (두 권에 24,000원이라면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가격이다. 그래, 2만원만 되었어도... ) 거기에 덧붙이자면 앞으로 나올 4작품 포함 5권이 모두 분권중독출판사 문학수첩이라는거. 도합 10권 되시겠다. 읽기엔 편하지만 성의없는 디자인과 욕 나오는 가격은 분명 출판사의 탓이다.

 



< 쪼개자! 푸짐한 게 좋은 것이야! 팔목의 건강을 생각합니다! 안 볼 것도 아니면서 버틸 수 있겠느냐!> 

 

 <살인자의 진열장>은 건물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백여년 전의 시체(유골)들로 인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FBI요원 팬더개스트는 운전사가 딸린 롤스로이스를 타고다니며, 조직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자유로운 활동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모와 성격 행실 모두 일반인과는 차이가 있어보이고, <워치맨> 을 읽고 나서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유약한 '예쁜 게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중성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뜻).

 

 팬더개스트는 액션의 중심에 서지도 않을 뿐더러, 심지어 외면상으로는 사건의 주변만을 맴도는 것으로 묘사된다. 원하는 정보를 얻어다가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 해보는 '안락의자 탐정형'에 가깝다. <살인자의 진열장>에서도 초중반부엔 고고학박사, 신문기자, 형사를 교묘히 부리면서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는데, 정작 그들에겐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모습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 셜록 홈즈'의 그것과 닮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팬더개스트의 경우  몇가지 차이가 있긴 했다. 숨기는 이유가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고 그들의 안전을 위한 것도 있었고 말이다. 셜록홈즈와 괴상한 설정과 분위기는 닮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도 보여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팬더개스트도 약간 '털린다'. 인형조종사 같은 이미지는 아니란 소리다.

 



<쉘든이 염색하고 무표정하게 연기하면 어쩌면 잘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작품의 초반부엔 과거 살인범을 밝히는 내용인 것 같아 <별의 계승자> 류의 전문분야의 지식을 빌어 추적하려나 싶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고, 도대체 과거 살인을 밝혀서 어쩌려는 건지 궁금해지려던 찰나에 '모방 범죄'로 보이는 살인이 일어나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모방범죄'라고 하기엔 과거의 살인마의 그림자가 깊고도 커서 순식간에 '괴기물'이 되는 것 같았는데, 몇몇 인물들에 대한 의심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바람에 '반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진짜냐고? 읽어보면 안다. 작품 자체의 재미도 뛰어났지만 카멜레온처럼 순간순간 변화하는 작품의 색 변화도 또 다른 재미니까.

 

 <살인자의 진열장>은 정말 맘에 드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올 해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매력적인 등장인물은 시리즈 자체에 대한 기대를 계속 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팬더개스트의 독특함은 스릴러 장르의 마초적인 주인공들이나 하드보일드의 사립탐정들보다 과거 추리소설 황금기의 탐정을 연상시킨다. 또 딕슨 카의 기괴함과 음울함을 현대물로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는 생각도 든다. 과학과 오컬트의 경계에서 팬더개스트 시리즈는 우뚝 서 있다.

 

 소설의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불평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최근 타 출판사들의 책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경쟁력이 없다는 데에 있다. 번역이 끝난지 꽤 오랜 시간이 되서야 판권기한에 쫓기듯 나온 책. 이 책은 그렇게 찬 밥 신세를 받을 정도의 책이 아니다.

 

 별 다섯에 별 다섯. 나는 올 해의 베스트로 이 책을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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