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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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나이기 때문에.

거울을 통해서, 렌즈를 통해서만 나를 인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나를 그렇게까지 해서 인식해야만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혹자는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며, 살아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아와 마주한다고들 한다. 그리고 남이 어떻게 나를 보든,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내가 인식하는 그대로의 내가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한다.

 

단단한 논리이다. 당연한 소리이고.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면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쉽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기 너무나 힘들다.

귀신이 귀에 대고 소리친다.

넌 틀렸어. 이번엔 운이 좋았어. 네가 지금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넌 왜 다른 사람과 다르지?

마가 낀 것처럼 우리는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바뀌는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판단하는 법을 잃어버리고.

빛이 있으라! 언제나 불이 환한 세상에서 각성 상태로 몽롱하게 헛것을 본다.

 

이런 세상에서 미친다는 건 살기 위한 적응일 것이다.

살기 위한 생물의 적응을 누가 열등하다고 비웃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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