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67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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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철학자, 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그의 작품은 "장미의 이름" 만 접했고,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재미있다는 명성에 공감하며 밤새 읽어내려 갔지만, 어렵다는 악명대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워낙 많았다. 미스터리를 추리하는 큰 틀 자체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어 흥미롭지만, 사건 전개마다 휘몰아치는 디테일한 지식과 철학에 난독을 경험했다. 워낙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서 완독 후 느끼는 포만감과 충만함이 다른 책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덕분에 중세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이해도 한층 높을 수 있었다. !!! 그의 작품은 "장미의 이름"으로 끝내고자 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푸코의 진자" 서평단 모집에 나도 모르게 신청, 그리고 당첨 -

그렇게 또다시는 나는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읽으며, 한숨을 쉬고, 낑낑거리고, 가끔 그의 시니컬한 유머에 킥킥거리며, 이 밤을 지새운다. 역자 이윤기 님께서 번역 작업하시면서 움베르토 에코를 "에코푸코사이코"라고 별명을 붙이셨다는데, 찰떡 표현이다.

 

전작 "장미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2편의 진실을 파헤쳤다면, '푸코의 진자'는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추적한다. 성전 기사단의 논물을 준비하던 대학원생 카소봉, 가라몬드 출판사 편집장 벨보와 디오탈레비까지 세 인물은 성전 기사단의 비밀 계획에 관심을 갖게 된다.

 

1차 십자군원정 이후, 예루살렘에서 왕, 주교, 유지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성전 기사단"은 자리 잡는다. 후에, 탐험가, 젊은이, 부자들까지 가세하여 조직은 변질되고, 이슬람교에 대한 배교적 태도까지 더해져 기독교로부터 오해를 받는다. 막대한 기부금과 성공적인 자산 관리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치외 법권 지대의 절대 권력까지 누리던 성전 기사단은 결국 왕 필리프의 중상모략으로 종교재판을 받게 된다.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하고, 거짓 자백은 또 다른 증거가 되어버린다. 잔인한 종교재판 앞에서 성전 기사단은 무력하게 무너졌다.

이들 앞에 아르덴테 대령이 성전 기사단에 대한 원고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성전 기사단은 완전히 해체된 것이 아니라 지하 조직으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고, 그들에게는 <계획>이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얼마 후, 아르덴테 대령은 실종되는데...

 

 

"실제로 진자는 그 진동면을 바꾸지 않는다진자를 매달고 있는 교회 천장의 철선 위로저 먼 은하계 너머로 영원히 부동하는 <고정점>이 있을 것이므로따라서 내가 주목한 것은 지구가 아니라절대 부동의 신비에 싸여 있는 하늘이었다진자는 나에게모든 것(가령 지구태양계성운블랙홀광막한 우주의 무수한 식구들)은 움직여도 단 한 점만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이 한 점은 우주가 회전축으로 삼는 굴대빗장혹은 고리일 수도 있다그런데 내가 그 엄청난 궁극적인 체험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었다나 역시 그 모든 것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도 내 눈에는 그 불멸의 존재그 흔들림그 확실한 약속이 보이는 것이었다물체도 아니고모양도무게도질량도질감도 없고보지도 듣지도 않으며만져지지도 않고차지하는 시공도 없고영혼도지성도상상력도의견도순서도질서도척도도 아닌찬란한 수수께끼가 보이는 것이었다그것은 어둠도 빛도오류도 진리도 아니었다. p19"


V 리딩투데이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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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읽기 쉽게 새로 편집한 자본론의 핵심이론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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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 이론을 만화로 접할 수 있다니 기대가 많이 됩니다. 유명한 경제학자로 알고 있는데, 피게티의 견해도 궁금하고, 특히 빈부 격차에 대한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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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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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중편소설 “피버 드림”은 ‘도시 여자 아만다’와 ‘시골 소년 다비드’의 대화로만 전개되어 희곡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죽음을 곧 앞둔 아만다에게 다비드는 “벌레가 처음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찾아야 한다며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한다. 아만다는 다비드의 엄마인 카를라와 함께한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작품은 “현재의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 속에 “과거의 아만다와 카를라의 대화”가 진행되고, “과거의 아만다와 카를라의 대화” 속에서는 “더 과거인 카를라와 다비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첩된 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모든 대화는 현재형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입체적인 생동감이 느껴져 작품으로 강렬하게 빨려 들어간다.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는 미묘하게 겉돈다. 아만다는 집요하게 “니나의 행방”을 묻고, 다비드는 “벌레가 처음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간이 없어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치부한다.

카를라는 다비드의 이야기를 아만다에게 하기 시작한다. 카를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아만다의 시선은 수영장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맴도는 딸 니나에게 향해있다. ‘구조 거리’ 안에 딸 니나가 있어야 안심하는 그녀다.

카를라는 남편 오마르가 돌보던 종마가 없어지자 다비드를 데리고 찾으러 나선다. 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종마를 발견하고 방심한 사이 어린 다비드도 냇가의 물을 마신다. 다비드 앞에 죽어있던 새 한 마리가 내심 불안하다. 다음날, 종마 또한 퉁퉁 부어 흉측하게 죽은 채 발견되고, 다비드도 심상치 않은 증세를 보인다. 불안한 카를라는 사람들의 기를 보고, 기를 읽는다는 ‘녹색 집의 여인’을 찾아간다. 녹색 집의 여인은 아이가 벌써 독에 노출되었고, 하루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말한다. 다비드의 정신을 ‘이체’ 해야만 독도 함께 빠져나가기에 살 수 있다고 카를라에게 전한다.

죽어가는 아만다가 앓고 있는 fever dream(열병)처럼 모호하고 혼동스러운 중첩된 대화 속에서 누구의 진실을 따라가야 할지 독자 또한 혼란스럽고 막막하다. 아만다는 왜 죽어가고 있으며, ‘몸의 이체’를 한 다비드의 존재, 니나의 행방, 벌레의 정체 등등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다. ‘모호함과 혼동’ 만을 명확하게 묘사한 작가의 역량은 소설이 풍기는 분위기만큼이나 오싹하고 소름 돋는다. 오래간만에 문학 같은 문학 책을 읽었다는 꽉 찬 만족감이 주는 짙은 여운이 소중하다.


✔️ 출판사 창비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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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69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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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팬입니다. 방대한 지적 세계를 긴장감 있는 스토리로 전개하는 필력에 감탄했어요. 이 책도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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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268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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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팬입니다. 방대한 지적 탐구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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