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노인 - 나는 58년 개띠, '끝난 사람'이 아니다
이필재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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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8년 개띠 끝난 사람이 아니다

 

몽스북에서 출판한 이필재 작가님의 <진보적 노인>은 저자가 지금까지 진보적 가치관을 고수하며 원칙주의자로 살아온 그의 삶과 철학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이필재 작가님은 58년 개띠생으로 우리나라 베이비붐을 대표하는 세대이고, 언론학을 전공해 중앙일보에서 오랜 시간 기자였고 시사잡지에서 직장생활을 했으며, 2013년 퇴직 후 언론 관련 기관, 학교에서 강의한다.

 

‘58년 개띠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조어가 될 만큼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세대다. 한국전쟁 후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였고, 이들이 청년일 때 우리나라는 농업사화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는 시대였다. 이들이 은퇴를 맞이할 때는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은퇴 후 이들의 소비력이 국내 소비에 중요하다는 의미로 김난도 교수는 OPAL세대를 별도로 조망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반공교육을 받으며, 초등학교 시절 한 반에 100여 명이 수업하던 시기라, 2부제 수업과 교육 현장에서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이기도 하다. 이들 세대의 2/3 이상이 보수적이라 알려져 있음에도, 저자는 확고한 원칙을 지키는 원칙주의자였다.

 

기자라는 직업이 촌지를 받았던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는 시기에도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켰다. 사회의 명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때로는 고교 선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건네는 촌지도 다시 돌려준다.

 

기자라는 집단만큼 사회에서 받는 인식이 바뀐 집단도 없을 것이다. 신문이 여론을 이끌었던 시기와 민주화 운동을 불씨를 피어오르게 한 사람도 신문기자다. 어느 순간, 기레기(기자+쓰레기)에 이어 기더기(기자+구더기)라는 조어까지 생겨난 기자의 수난 시대다. 저자는 이를 기사 편집 간부들이 오너에게 종속되어 제대로 된 기사를 쓰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의 주류 언론이 지나치게 정파적이고 언론사주의 강력한 오너십이 작동하며 언론사주는 자본가로서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95년 중앙일보 이찬삼 시카고 중앙일보 편집국장의 10회에 걸친 동토 잠행기를 연재했을 때 이를 문제 삼는다. 이찬삼 국장은 김정일 치하의 북한에 잠입해 국내 최초로 잠행 르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잠행이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취재원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북한 통행증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공정보도 위원회를 통해 이를 문제 삼았던 저자는 경제 주간지로 발령받았다.

 

그렇게 원칙을 지키면 일했던 기자 생활과 편집장을 거쳐 이제는 은퇴하고 경기도 별내로 이사한 후 저자는 아내가 하고 싶은 대학원 공부를 하는 동안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하기 위해 식기세척기를 들여놓고 건조기도 샀다. 집안의 빨래는 세탁기에 맡긴다. 한 사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이 없어야 한다. 성희롱과 성차별이 만연한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도 바꾸고 여성이 느끼는 유리 천장에 깨져야 한다.

장차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남자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 딸을 둔 남자 후배들에게 저자가 사석에서 하는 말이다.

 

책에서 저자가 인터뷰를 진행한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이중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85세에 독특한 노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이가 들면 꿈은 사라지고 목표만 남아요. 뭘 하든 세끼 밥이야 먹겠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목표가 있어야 해요. 자기 의지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나의 역사를 써야죠.” (136)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죽을 때까지 현장에서 신발을 신은 채 죽기로 마음먹었다는 저자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진보적 노인>은 평생을 언어 노동자로 살아온 사람의 인생이 녹아있는 수필집이다.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돌아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지난 단면을 알고 싶은 사람은 <진보적 노인>을 읽어보길 바란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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