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르 플랜츠 B.plants - 괴근식물부터 아가베, 박쥐란까지 희귀식물에 대한 모든 것
주부의벗사 엮음, 김슬기 옮김, 고바야시 히로시 외 감수 / 북폴리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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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물에 관심이 많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흥미로운 책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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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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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그리고 그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한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 방법은 공공선을 추구하고 공동체적 결속을 회복하는 것이다. 공공선, 공동체적 결속. 지금의 한국에서는 마냥 이상적으로 들리기까지 하는 말들이다. 이 책이 논하는 건 미국 민주주의지만, 그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냥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추천사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대한 민주혁명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성숙한 진짜 이유가 궁금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극도로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띤다.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의 발전보다 개인, 혹은 자신이 속한 소집단의 이익과 성공을 중요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책에서는 '시민적 덕목'이라고 표현되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시민적 덕목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시민적 덕목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시민적 덕목을 가진 이들을 길러내려는 노력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세계화와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역시 노동에 관련된 챕터, 특히 노예와 노동자의 지위에 관한 논쟁이었다. 각각의 세력은 남부의 노예들과 북부의 노동자들이 놓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 정치에서 노동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과정은 본문에 언급된 대로 '단순한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것이 단순하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낯선 이념적 개념들로 가득하고 도덕적으로도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한 이야기다.'. 누군가가 노예로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이를 위해 노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옳지 않다는 사실에 동의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노예제 옹호론자들의 의견에도 뼈는 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다. 그들은 북부의 자본가들은 남부의 노예주들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노동력으로 자신의 이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노예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늙고 병들었을 때 제 주인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의도가 결국 노예제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북부의 노동자들이 남부의 노예들보다 딱히 더 나은 처지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어쨌든, 노동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었으며 이런저런 노동관이 제시되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시장 경제 체제의 틀을 깨려고 하거나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결국 노동 체계에 관련된 이러한 싸움은 노동자들이 체제 하에서 스스로의 노동력을 임금과 교환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자유주의 사상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 책의 다음 파트는 자유주의와 공동체, 그리고 자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로버트 케네디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었는데,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연방정부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옹호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공적이고 사회적인 영역에 대해 불만을 계속 쌓아 가는 상황이 장기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불신, 그리고 해소되지 않은 불만을 쌓아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결국 그 불만을 해소하고 시민들이 사회에 신뢰를 쌓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한국 정치가 지금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도 그다지 멀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공감할 여지가 많았던 책이다. 샌델의 저서답게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아주 어렵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으면서 내용을 되짚어 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특히 아직 사회와 정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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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혼란 -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당신을 위해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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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당신을 위해. 이 책의 표지 우측 상단에 적힌 문장이다. <어른이라는 혼란>은 제목처럼 혼란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혼란이란 무엇이고 혼란이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혼란은 왜 생기는 것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혼란을 극복하면 어떻게 되는지. 혼란한 상태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욕망을 좇아 생활을 망가뜨리거나, 주변 정리를 하지 못하거나, 일을 시작하기만 할 뿐 끝내지 못하는 등 이런저런 문제를 맞게 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혼란한 상태란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할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종종 겪어 봤던 터라, 책의 주제에 자연스레 흥미가 생겼다.

저자는 사람이 혼란에 빠지는 이유를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개인의 성격이 원인일 수도 있고, 부모의 양육 방식이 원인일 수도, 사회적인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세계 정세의 변화 역시 혼란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시장이 줄어들어 구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혼란은 코로나19로 인한 것일 수 있다. 다른 예시로, 부모가 지나치게 자식을 방치하거나 반대로 과보호하는 등 양육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경우 그런 양육 방식이 자녀의 혼란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쨌든 간단하게 말하자면 혼란이 나쁜 것이라는 사실은 알겠다. 그렇다면 혼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관해, 저자는 <멋진 신세계>를 쓴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말을 인용한다.

경험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이 아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무엇을 했느냐이다.

올더스 헉슬리

'메타동기'라고 부르는 개념이 여기에서 나온다. 조금 종교적인 의미를 띠는 것 같지만 소명이나 사명이라고도 한다. 나를 붙잡고 이끄는 강력한 목적을 찾아, 그 목적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명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 역시 본문에 나와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읽어 봐도 좋겠다. 또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흔한 방법이긴 하지만 삶에서 이루고 싶은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해결책 역시 제시된다. 워렌 버핏의 일화와 함께 소개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 어떻게 해서든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스물다섯 가지를 작성한다. 그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를 추려낸다. 그 다섯 가지에 집중하여, 그 다섯 가지를 달성하기 전까지 나머지 목표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찾아서 거기에 전념하는 게 혼란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혼란이 심해질수록 일상을 유지하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묵묵하게 해야 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도움이 되는 태도이다. 어떤 일을 반복해서 거기에 숙달되면 더 이상 거기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그렇게 특정한 일들에 하나하나 익숙해짐으로써 평화를 찾으라는 의미려니 싶다.

성격 진단 검사라거나, 자신이 심리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취약한지 등등을 중간중간 테스트로 간단하게 파악해볼 수 있다. 그 밖에 인용구나 전문용어가 꽤 나와서 읽기 어려운 구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편이다. 저자 및 다른 사람들의 일화 역시 소개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이런 사람이 있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 한 번도 혼란스럽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그 과정에서 고통스럽기도 할 것이다. 바로 지금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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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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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는 음악이라는 주제를 뇌과학, 그리고 인류학에 기반해 다루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적혀 있는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이라는 문장을 보면 이 책의 주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는 인류와 노래 - 우정의 노래 - 기쁨의 노래 - 위로의 노래 - 지식의 노래 - 종교의 노래 - 사랑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 목차는 쉽고 직관적인 단어로 적혔지만 실제로 내용을 읽어 보면 조금 더 복잡하기는 하다. 이를테면, '우정의 노래' 파트는 음악과 전쟁, 정치, 사회 운동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기쁨의 노래' 파트에서는 음악과 도파민, 그리고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꽤 어려운 내용을 다룬 부분이 많아서 읽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책에 언급된 노래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실제로 들어보기도 하며 읽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내가 이 책의 2장, '우정의 노래'를 읽으며 떠올렸던 곡이다. 음악과 사회 운동에 관해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다. 다시 만난 세계는 걸그룹의 데뷔곡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민중 가요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곡으로 결집했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우정의 노래' 파트는 군인들이 부르는 군가, 정치적 소수자들의 노래, 사회 운동의 수단으로서의 노래 등 인류가 음악을 매개로 삼아 규합되어 온 역사에 관해 설명한다. 특히 베트남전쟁 기간 동안 전쟁에 반대하는 노래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뇌과학자이기 때문인지, 책에서는 인간의 행동 양상이나 진화를 뇌과학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의심, 신뢰, 화해, 심지어 사랑 등 사실상 모든 감정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인류 중에서도 전투에 임하기 전에 함성을 지르는 행동이나, 휘파람을 암호로 사용하는 등 음악이라는 효과적인 수단을 통해 소통한 집단이 생존하기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아직 아마존에서 수렵채집을 하는 부족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음악은 언어나 글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으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음악치료의 효과, 음악의 힘에 대해서도 믿지만, 음악치료와 관련된 실험은 대부분 제대로 된 대조군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음악치료의 효과에 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음악치료라는 명목으로 아픈 사람들을 속이거나 해서는 안 되니, 음악치료의 과학적 효능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해 봐야 한다는 데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떠오른 게 있었는데, 치매 등의 이유로 극도로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들도 자신이 예전에 불렀던 노래에 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문자나 언어에 비해 기억에 더 오래 남아 있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그 밖에도, '지식의 노래' 파트는 우리가 음악을 통해 어떤 지식들을 암송하는 방법과 그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도 중국의 나라 순서를 외우기 위해 '산토끼 토끼야'에 맞춰 은-주-춘추전국,진-한-으로 이어지는 노래를 외운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의 교육과정에서는 나라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이런 식으로 외워야 하는 개념을 노랫말에 붙여 부르는 방식을 아주 흔하게 사용했다. 아마 비단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류는 나라 이름, 원소기호, 성경 내용 등 수많은 것들을 노랫말에 붙여 공부하고 외웠으니까.

내가 무의식적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가 사실 진화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신기하다. 이전의 수많은 인류 역시 음악을 통해 위로 받고, 사랑을 속삭이고, 종교를 전파하고 공부를 했으리라는 사실 역시 그렇다. <노래하는 뇌>는 음악과 인간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음악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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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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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나 역시 그 책을 읽었다. 이 책, <그건 부당합니다>를 보고 저자의 이름이 익숙했던 건 그래서였다. 몇 년 전에 읽고 기억 저편에 보관해 둔 책의 저자와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번에도 소위 말하는 '신세대', 더 정확히는 'Z세대'에 대한 분석을 들고 찾아왔다. 이 책은 Z세대, 그리고 공정에 관한 책이다. 확실히 공정이라는 키워드는 최근 몇 년 동안 갑자기 부상한 감이 있다. 사전적 의미의 공정을 마다하는 사람이 뭐 얼마나 되겠냐마는, 최근에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먼저 한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사람은 공정이라는 말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글을 읽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가끔은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참고로 말하자면, 상대방이 공정이라는 말을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거나, 내가 맞고 상대가 틀리다는 차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공정이라는 개념이 일치하지 않고, 그래서 공정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헛된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Z세대가 말하는 공정이라는 키워드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Z세대는 공정함을 원한다기보다는 부당함을 싫어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책 제목 역시 거기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싶다. 부당함을 싫어한다는 건 곧 반칙을 싫어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Z세대가 원하는 건,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내가 반칙을 당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아도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다양한 대입 전형,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팀의 남북단일팀 결성, 남북통일 등 최근에 이슈가 되는 모든 사회적 이슈에서 Z세대는 '반칙이 없는 것'을 원한다. 여기에서 반칙이라는 개념에 대한 범위 또한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게 문제겠지만.

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여겨지는 저출생 현상 역시, 젊은 세대가 그게 합리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과정을 겪는 과정에서 부당함을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정이라는 개념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아직도 남들보다 쉽게 이득을 취하고, 남들을 부당하게 제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앞으로 나아가는 한 명에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남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사회의 시스템을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개인에게 쉽게 분노하면서 그 개인이 그러도록 허용하는 시스템에 눈감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의미있는 시사점이 많아서 한번 천천히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번에도 Z세대 본인들보다는 Z세대를 이해하려 드는 어른들에게 더 의미 있는 책일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과연 이 책을 읽고 Z세대가 무작정 이기적이며 뒤틀린 공정을 추구한다는 편견을 깨는 기성세대 어른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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