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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야기 2-2 - 그리스문명 ㅣ 월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2
윌 듀런트 지음, 김운한.권영교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문명이야기 2-2
이 책은 그리스문명에 관해서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 마치는 글을 적고 끝내고자 한다.
그리스 문명은 죽지 않고 이후에도 수 세기 간 존속했다. 그리고 그 생명이 다 했을 때, 그리스 문명은 유럽 국가들과 근동 지역에 스스로를 비길 데 없는 유산으로 남겼다. 모든 그리스 식민지가 스페인과 갈리아, 에트루리아와 로마,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시리아와 소아시아, 흑해 연안 등 오지의 문화에 그리스 예술과 사상을 마치 연금액처럼 쏟아부었다. 알렉산드리아는 물폼뿐 아니라 사상의 중계지이기도 했다. 그리스의 시인과 신비주의자, 철학자 및 과학자들의 저술과 견해가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과 도서관에서부터 학자와 연구자들을 통해 지중해의 각 요충지로 퍼져갔다. 로마는 그리스의 유산을 이어받아 자신의 헬레니즘 문화를 형성했다. 로마 극작가들은 메난드로스와 필레몬을 차용하고 시인들은 알렉산드리아 문학의 양식과 방식, 주제를 모방했다. 로마 예술은 그리스의 장인 및 형식을 활용했다. 로마법은 그리스 도시들의 법을 받아들었다. 이후 로마 제국은 그리스-동방의 군주제를 전형으로 삼았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 동방이 그리스를 정복하고 있던 바로 그때 헬레니즘은 로마를 정복했던 것이다. 비잔티움 제국은 그리스와 아시아 문화를 융합하고 일부 그리스 유산을 근동과 슬라브 북부에 전했다. 시리아의 그리스도교는 이 햇불을 아랍에 건네주었고 아랍은 아프리카를 통해 스페인에 전달했다.
비잔티움과 이슬람,유대인 학자들은 그리스의 걸작들을 이탈리아에 전달해 우선은 스콜라 철학자들을 그 다음에는 르네상스를 각성시켰다. 유럽 정신의 재각성 이후, 그리스 정신은 근대 문화에 철저히 스며들어 오늘날 "모든 문명국가는 모든 지적 활동 분야에서 헬라스의 식민지이다"
그리스 유산에 그리스인들이 고안한 것뿐 아니라 더 이전 문화에서 받아들인 것 그리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대 문명에 전달한 것도 포함한다면,오늘날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수공예, 채광기법, 공학, 금융 및 교역 방식, 노동 조직, 상업 및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등은 모두 그리스에서부터 로마를 거쳐 전해 온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독재 정부도 마찬가지로 그리스에서 그 전형을 찾을 수 있다. 많은 현대 국가가 그리스에 없었던 대의 제도를 발전시켰지만, 정부가 피통치자를 책임지고, 배심원이 재판하며,시민에게 사상과 언론, 저술,집회 및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그리스와 동방을 구별 짓는 특징으로서, 그리스는 고유의 독립심과 진취적 기상으로 동방의 복종과 둔중함에 미소를 보낸다.
오늘날의 학교와 대학, 체육관과 경기장, 운동 경기와 올림픽 경기등도 그 기원이 그리스에 있다. 또한 우생학 이론, 자기 억제 및 통제 개념, 건강 및 전원생활에 대한 예찬, 수치심 없는 감각적 쾌락의 이교도적 이상 등도 역사적으로 그리스에서 형성되었다. 그리스도교 신학과 실천도 대부분 엘레우시스와 오르페우스, 오시리스 등 그리스와 이집트의 신비 종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신의 아들이 인간을 대시해 죽은 후 죽은 자 가운데 부활한다는 것은 그리스 교리에서, 종교 행렬과 성결 의식, 제사, 거룩한 공동 식사 등은 그리스 의식에서, 지옥과 마귀, 연옥, 대사, 천국 등은 그리스인의 관념에서, 말씀과 창조,세계의 종말은 스토아 철학과 신플라톤주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의 미신조차 그리스의 악령,마녀,저주,징조, 액일등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신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않고서 어떻게 영문학이나 키츠의 송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의 문학은 그리스 전통이 없이는 거의 존재할 수 없었다. 알파벳은 그리스로부터 쿠마이와 로마를 거쳐 전해졌다. 오늘날 언어에는 그리스 말이 널려 있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과학 용어는 그 바탕이 그리스어다. 오늘날의 문법과 수사학, 이 글의 구두점과 단락 구성까지도 그리스인이 고안한 것들이다. 오늘날의 문학 장르, 즉 서정시, 송시, 전원시, 소설, 수필,연설문,전기,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 희곡은 그리스인들의 것이었으며, 이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말이 그리스어다. 현대 희곡의 용어 및 형식,즉 비극과 희극, 무언극도 그리스어다. 엘리자베스 시대 비극은 예외적이지만, 그 희극은 메난드로스와 필레몬으로부터 플라우투스와 테렌스,벤 존슨과 몰리에를 거쳐 거의 변화없이 전해져 왔다. 그리스 희곡은 우리의 유산 중 가장 부유한 부분 중 하나다.
그리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중 우리에게 가장 낯선 것은 음악인 듯하다.그러나 현대 음악은 중세 시대의 성가와 춤에서 연유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그리스에서 그 기원을 찾울 수 있다. 오라토리와 오페라는 일부를 그리스 합창단의 춤과 희곡에서 차용했다.우리가 아는 한, 음악 이론은 처음 파타고라스에서 아리스토크세노스에 이르는 그리스인들에 의해 탐구되고 해석되었다. 이 유산들 중 순서상 마지막을 차지하는것은 미술이다. 그러나 프레스코 예술에 있어 그 지계보는 폴리그노토스에서 알렉산드리아와 폼에이, 죠토와 미켈란젤로를 거쳐 우리 시대 시선을 사로잡는 벽화로 이어진다. 근대 건축의 형식과 많은 기법은 여전히 그리스적이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그리스의 천재성이 각인되어 있는 분야도 없다. 오늘날에야 겨우 그리스 건축의 매력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각 도시에는 상업 또는 금융의 전당이 있는데, 육체미와 건강미에 대한 심취로 이집트의 기개 어린 조각상과 중국의 심오한 그림에 비해 성숙미가 덜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고전 시대 조각과 건축에 구현된 겸양과 순결, 조화의 교훈은 인류의 소중한 보물이다.
그리스 문명이 볼테르 이전 어느 세기보다 우리 시대와 더 친수가고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리스인이 형식만큼이나 이성을 사랑했고 자연의 입장에서 모든 자연을 과감하게 설명할려고 했기 때문이다. 신학에서 과학을 해방하고, 과학적 연구를 독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그리스 정신에 대한 모험이었다. 그리스 수학자는 삼각법과 미적분법의 기초를 놓고 원뿔 연구를 시자가고 완결시켰으며, 이들이 거둔 입체 기하학의 성과는 데카르트와 파스칼에 이를때까지 그래도 유지될 만큼 상대적으로 완벽했다. 데모크리토스는 자신의 원자론으로 물리학과 화학 전 분야에 빛을 비추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추상적 연구에서 단지 약간의 탈선과 시간만 할애하여 발명사에 최고 명성을 남긴 신기계 장치를 고안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코페르니쿠스의 전조가 되었고 아마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히파르코스는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를 통해 천문학 체계를 수립했으며, 이는 문화사에서 있어 한 이정표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를 측량하고 지도로 나타냈다. 아낙사고라스와 엠페도클레스는 진화론의 개요를 그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테오프라스토스는 동물 및 식물의 세계를 분류하고 기상학과 동물학, 발생학, 식물학을 창안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신비주의와 철학 이론에서 의학을 해방하고, 이에 윤리 규범을 덧붙여 품위를 높였다. 헤로필로스와 에라시트라토스는 르네상스 때까지 갈렌리학을 발전시켰다. 우리는 이들 작품에서 항상 불확실하고 불안정하지만 열정과 신화를 정화시키는 차분한 이성의 숨결을 호흡한다. 이들 걸작은 빠짐없이 소유할 수 있다면, 그리스 과학을 인류의 가장 뛰어난 지적 성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 애호자는 과학과 예술을 그리스 유산의 최고위에 두는 것이 그다지 마음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과학 자체는 전설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며 수 세기 간 과학과 철학을 하나의 탐구 여정 안에 묶은 패기만만한 탐구 열정인 그리스 철학의 소산이었다. 그렇게 비평적으로, 그렇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 자연을 탐구한 이들은 또다시 없었다. 그리스인들은 세계는 질서 잡힌 우주이으므로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세계에 불명예를 돌리지 않았다. 그들은 완벽한 조각상을 창작할 때와 동일한 정신으로 논리를 궁구했다. 그들이 보기에 조화와 통일, 형식, 균형은 논리의 예술과 예술의 논리를 제공했다. 모든 사실과 이론에 호기심을 가진 그들은 철학을 유럽 정신에 고유한 진취성의 표상으로 세웠으며, 모든 체계와 가설을 검토하고, 우리 삶의 주요 문제에 있어 언급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 사실주의와 유명론,관념론과 유물론,일신론, 범신론, 무신론, 여권주의, 공산주의, 칸트의 비판과 쇼펜하우어의 절망, 루소의 원시주의와 니체의 배덕주의,스펜서의 통합과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등 철학의 모든 꿈과 지혜가 여기 그것이 탄생한 시대와 땅에 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철학의 모든 꿈과 지혜가 여기 그것이 탄생한 시대와 땅에 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철학을 말만 할뿐 아니라 그렇게 살았다.
그리스인의 삶과 정점과 이상은 전사나 성인 아니라 바로 현안에 있었던 것이다. 원기를 돋우는 철학 유산은 로마 황제, 그리스도교 교부, 스콜라 신학자, 르네상스 이단자들, 케임브리지 대학의 플라톤주의자들,계몽주의 반도들 그리고 오늘날의 철학 신봉자들에 이르기까지 탈레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세기에 걸쳐 우리들에게 전해져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정에 불타는 수많은 영혼들이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플라톤을 읽고 있다.
문명은 죽지 않았다. 단지 이동할 뿐이다. 거처와 복장은 바뀔지라도 계속 생존한다. 개인처럼 한 문명의 쇠퇴도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여지를 남긴다. 생명은 옛 허물을 벗고 새로운 젊음으로 솟아 올라 죽음을 당황케한다. 그리스 문명은 우리 정신이 숨 쉬는 모든 호흡 속에 살아 약동하며, 그 누구도 전 생애를 바쳐 섭렵하지 못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물론 무정하고 광기에 찬 전쟁, 요지 부동의 노예제도,예속된 여권,도덕성의 결여, 타락한 개인주의, 자유와 질서 및 평화를 조화시켜려 애쓴 노력의 비극적 실패 등 결합도 있다. 그러나 자유와 이성, 아름다움을 흠모하는 이라면 이들 오점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소란한 정쟁 배후에 있는 솔론과 소크라테스,플라톤과 에우리페데스,페이디아스와 프락시텔레스,에피쿠로스와 아르키메데스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존재에 감사하고 시대의 간극을 넘어 이들과 하나가 될 것이다. 그들은 그리스를 동이란 약점을 지니고 있으며,우리 시대 우리의 자양분이기도 한 이 서구 문명의 찬란한 아침으로 기억할 것이다.
윌 듀런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