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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화난 거야! ㅣ 울퉁불퉁 어린이 감성 동화 4
톤 텔레헨 지음, 마르크 부타방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1년 8월
평점 :
처음 책의 제목과 소개를 보았을 때 이 책은 자기 자신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 그중에 화난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지를 아이들이 생각하고 알아차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인지, 아니면 순진해서인지 자기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투른 느낌이 있거든요. 다른 아이들처럼 떼쓰고 화내지 않아서 다행인가 싶다가도 너무 부모나 친구들의 생각에 맞춰 자기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표출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이 책은 여러 동물들이 나오는 10가지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화난 감정이 단순히 ‘화남’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슬픔, 외로움, 무시, 쓸쓸함 등에서 오는 ‘화남’을 이야기하면서 화난 감정의 모양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그런 메시지를 주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동물들의 몰상식한 행동들로 인해 불편한 마음이 들고 결말이 예상치 못하게 끝나는 이야기들이 많아 오히려 다시금 내용을 천천히 생각하게 하는 거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두꺼비가 고슴도치의 가시를 뽑고 달팽이의 더듬이를 비틀고 코끼리의 코를 꼬아버리고 메뚜기의 외투를 찢어버리는 악행을 행하고서는 화를 내는 동물들에게 “그건 진짜 화가 아니야, 아무도 화낼 줄 모르는거야” 오히려 큰 소리치고 어깨를 으쓱하며 숲을 빠져 나갑니다. 남은 동물들은 슬픔에 울다가도 “우리는 진짜 화를 낼 줄 모르나봐”라며 오히려 “화”라는 것이 즐거운 것, 무거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두꺼비가 말했던 “진짜 화”는 무엇이었을까요? 두꺼비가 행한 대로 그대로 즉시 갚아줬어야만 그게 “진짜 화”를 내는 것이었을까요? 그 당시 동물들이 느꼈던 감정은 정말 “진짜 화”가 아니었을까요? 만약에 누군가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작스런 그런 폭력을 받는다면 정말 화나는 일 아닌가요? 그런 화나는 일을 겪고도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하고 대가도 치르지 못하게 했다면 그건 더 화나고 슬픈 일일 겁니다. 그들은 스스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화낼 줄 몰랐다며 분한 울음을 삼키며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읽는 사람을 “진짜 화”나게 하는 장면인거 같아요.
이 책의 다른 이야기들도 상당히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그로인해서 “화”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게 아이러니하고 신기한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들이 될 것 같지만 여러 다양한 동물들이 다채로운 색감과 표정의 그림과 함께 나와 호기심을 갖고 읽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