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준비됐니?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14
수잰 러플러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지친 퇴근길에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부지런히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해야할 일들을 조금이라도 해놓고 있겠거니 하고 집에 도착해보니
아이는 제 할 일을 제쳐놓고 다른 일들에 몰두하고 있네요.
안쓰러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폭풍 잔소리가 아이를 덮고 있네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펼쳐 든 책 "준비됐니?"
제목이 던져주는 의미와 오늘 제 스스로 저에게 던지는 의미는 분명 다르지만,
엄마가 될 "준비됐니?" 스스로 물어보게 됩니다.
이렇게 주니어RHK 출판사 "준비됐니?"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 오브리는 사고로 아빠와 동생을 잃고,
엄마는 그 슬픔으로 인해 오브리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집을 나가게 되는 상황이
주어진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법 두꺼운 책이 시작부터 슬픈 결과물을 제시하고 시작하는 점이 생각한 것과 달라서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하기도 했고, 읽다보니 오브리의 입장이 되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오브리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찾는 교회 아줌마 전화에도 태연하게 외출하셨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후로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소꼽놀이처럼 재미있었던 혼자만의 생활이
엄마를 걱정하신 할머니의 방문으로 인해 들키고
오브리는 할머니 댁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할머니께서 물어보십니다. 엄마가 떠나면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일주일동안 왜 할머니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는지를 말입니다.
오브리는 대답합니다.
"엄마는 아주 힘들어하셨어요."
"엄마는... 아무말 없이 그냥 나갔어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거 같았어요."
할머니가 오브리를 생각하는 마음,
오브리를 혼자 두고 집을 나간 엄마를 배려하고 감싸려 하는 오브리의 마음
그냥 흔한 대화일수도, 엄마를 원망하며 할머니 품으로 안길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배려있는 대화속에서 할머니가 얼마나 큰 울타리 역할을 해주실까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빠, 엄마, 동생과 행복하게 살았던 집을 떠나 할머니 집에 가서 함께 살게 되는 오브리에게
오브리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친구가 다가옵니다.
오브리 너에게 있는 흉터 아무것도 아니야!
내게도 흉터가 있어!
끔찍한 흉터가 너에게만 있는게 아니란다.
나에게만 있다고, 나만 슬프다고 생각했던 오브리에게
오브리 있는 그대로 봐주는 친구 브리짓이 손을 내밉니다.
"나한테 말해. 괜찮아, 시원하게 털어놔."
상처입지 않은 것처럼, 애써 태연한 척 고통을 숨기고 마음을 닫아 버린 오브리에게
브리짓의 편견없는 사랑과 우정은 천천히, 조금씩 오브리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나만이 커다란 슬픔을 안고 가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누구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오브리!
조금씩 오브리의 상처와 공포는 치유되고, 그 자리에 우정과 용기, 책임감이 생겨납니다.
오브리에게 세상은 묻습니다.
다시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준비가 됐니?
오브리에게 엄마가 묻습니다.
깨끗하게 치워놓은 네 방 페인트칠을 함께 할 준비가 됐니?
오브리가 오브리에게 묻습니다.
사랑하는 할머니와 친구들과 헤어질 준비가 됐니?
오브리는 대답합니다.
아직은 준비가 안 됐어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뿐이에요.
그러나 난 슬픔과 절망, 상처를 버리고
사랑과 우정, 용기를 얻어가고 있어요.
라고 말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준비됐니?""
저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