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공부 - 감옥에서 쓴 편지
조국.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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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의 문학 감수성이 조국대표의 학자스타일 글에 입혀져서 지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며 읽을수 있었다. 시대의 어둠 속에, 못된 인성의 상상하기 싫은 폭력성 속에 여전히 빛과 희망, 진정성을 들고 서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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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을까 말까 - 태어나지 않은 미래 : 소멸 예정 한국에서
이혜인 지음 / 느린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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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 미래소멸사회’. 위급함을 담고 있는 다소 익숙한 말들 속에서 ‘왜’라는 질문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책을 읽었다.
‘낳을까 말까’는 출산을 장려하지도, 회피하지도 않는다.
‘아이를 낳을까?‘라는 물음이 품은 복잡하고 현실적인 조건들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왜 이 질문을 던졌는지를 들려준다.

“여행과 호캉스 등 아이의 다양한 경험 자산을 위해 쓰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학기 중에 체험학습을 쓰지 않고 꼬박꼬박 출석한 아이는 ‘개근거지’라고 놀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p.34)”-
나처럼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아서 중에서

관련 기사와 관련 책들의 인용들을 보며 ‘미래소멸사회‘란 단어가 품고있는 가임여성들의 솔직한 감정, 고민 그리고 내가 생각해 봐야 할 사회적 구조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단지 나의 2세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사회적 기준과 경제적 구조를 뜻한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준 책이다.
입양한 강아지와 함께 비교적 안정적 환경에서 자라고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작가의 고민은 현재 한국사회의 출산 문제에 대한 거의 모든 스펙트럼을 껴안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답이 아닌 ‘생각거리’를 건네는 에세이이다. 특히 출산을 앞두고 고민하는 예비 부부, 삶의 방향을 두고 갈등하는 이들, 그리고 미래 사회를 살아 갈 구성원들이 읽고 이야기 한번 나눠봤으면 좋겠다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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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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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소설집)이라는 말을 표지에 밝힌 이 책은 7명의 작가가 청소년이 마주하는 돌봄을 소재로 그려낸 이야기 7개가 담겨져 있다.


녹색 광선강석희

돌 하나를 갖고 싶었다. 완벽한 형태의 흑돌을.” 이라는 모호하지만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이야기는 지체 장애와 청각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모와 그 조카의 이야기다.

반창고는 원래 남이 붙여 줘야 좋아. 그래야 빨리 낫거든.”(p. 25)

서로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 주며 몸을 기대는 이모와 조카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이 아는 바닥이 있고 누구나가 다 반창고를 붙여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낙원김다노

악어와 사는 장해요학생의 이야기다. 작가는 누구나 지옥이 아닌 세계를 지향할 자격이 있고, 깨끗하거나 좋은 향이 나지 않더라도 나의 방식으로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공간...을 향해 힘들더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그려낸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겠지만 악어도 없을 것이다.”(p. 65)

돌봄의 시작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비록 나의 가정일지라도 나를 돌보기 위해 떠날 수 있는 것이 성장이고 어른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 한다.

 

샤인 머스캣의 시절백온유

상습적으로 오해하는 사람이고, 만성적으로 불신하는 고질병을 가진 심한 알레르기 증상자 지우와 그와 사귀게 된 희지의 돌봄에 대한 이야기다.

“... 천천히. 내가 기다려 줄께.”(p. 102)

기후 우울증의 불편 중 하나에서 소재를 찾아 다음 세대 아이들이 겪을 환경적 어려움과 그 속에서의 돌봄을 그려내고자 했던 작가 덕분에 기후 우울증의 증상에 대한 관심 역시도 가질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바코드 데이위해준

커플이 되어야만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안전을 보장받을수 있다면, 그 관계에서 진정한 돌봄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다.

크고 작은 기대 뒤에 뒤따르는 실망속에서,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던 작가는, 커플 바코드를 찍었다면 당연히 커플이 될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 본구의 착각을 통해 내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관계는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전 앤

학교 여자 축구부인 유진은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으며 인스타에서 비난 댓글을 받는 힘든 상황을 마주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오른발이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 때는 자신의 자랑거리였고 가장 아꼈던 것들이 골칫덩어리가 되거나 가장 힘든 대상이 될수도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일어설 것을 작가는 권하고 있다. 유진의 짝짝이 발은 상상은 안되지만 그 발에서 힘을 느끼는 유진의 마음은 나에게도 힘을 주는 것 같다.

-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작가의 말)

 

귀여워지기로 했다최영희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끝나지 않고 쌍방 구원으로 이어지는 돌봄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로봇 제프와 혼자서만 방에서 지내는 청소년 다유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다른 세계의 존재에 대한 돌봄이 우리에게 줄 가능성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한 소설이었다. 적어도 작가의 말처럼 돌봄이란 두려움을 이겨 내도록 돕는 일이란 말은 확실하게 동의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가방처럼황보나

이혼할 수도 있는 부모님의 상황 때문에 돌봄 센터에 다니는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돌봄의 이야기이다. 돌아가신 후에 알게 된 할머니의 배려와 돌봄은 아무리 세대차이가크다 할지라도 사람의 온기만큼 멀리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손녀와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 풀잎이 자수로 도톰하게 새겨진 할머니의 작은 가방에는 많은 것이 들어갔다.”(p.231)

 

 

청소년이 마주 할 수 있는 돌봄의 내용들을 들여다보며 요즘 아이들에 대해 쉽게 내뱉었던 걱정들이 거둬질 수 있었다. 시대마다 험난한 산들이 크고 작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각자의 산들을 함께, 때론 홀로 넘는 우리 모두에겐 돌봄이란 유전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끌어갈 새로운 방식의 돌봄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부럽기까지 한 마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의미있는 그림자라도 될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소중한 청소년들의 돌봄을 어떤 방식으로 함께 할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해준 책이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10대의 생활에 시선을 향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쓰여졌으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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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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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에 나오는 인물은 사회에서 흔히 말해 아쉬울 것이 많은 인물들이다. 책 제목인 ‘플랜B의 은유’에서는 레즈비언으로 새로 결혼을 하는 엄마를 둔 자녀들의 이야기, ‘내일의 우리’에서는 호모 같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학생과 함께 어울린다고 성정체성을 놀림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이 외에도 여자 친구를 좋아하는 여학생이야기, 부모님의 이혼으로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만난 자매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표지와 차례를 파스텔색이 주는 동화 같은 느낌과 소녀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그러나 내용을 읽으면서 내가 동화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소녀 같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권선징악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것? 이 책 속 인물들은 사회에서 “너는 왜?”라는 질문 혹은 눈총을 자주 받게 될 상황에 있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아쉬운 소리나 아쉬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려 하지도 하지도 않고 자신이 띄는 빛깔을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모두 인공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재하려고 한다. 오히려, 이런 청소년들을 어른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플랜B의 은유’에서 두 자녀는 엄마들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Freely in the closet’을 비롯해 다른 단편들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 행동, 선택, 감정에 수시로 드나들며 판단과 간섭을 통해 옳고 그름에 대한 개입이나 조언을 한다.
내 다음 세대가 이뤄내고 있는 멋진 과제를 기대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흔들리고 부딪히면서 이들이 의연히 이뤄낼 나인 채로 충분한 시대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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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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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기억의 학창시절에 따뜻한 파스텔 색을 입혀 주는 책

오란, 차미, 녹주
어디선가 열심히들 살고 있을 내 친구들일 것 같은 여고생 3명이 함께 꾸려가는 이야기들.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다가 세 친구가 인연을 맺게 되고, 도서부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학교인스타그램과 댓글 그리고 갈등. 그 시절 내게도 있었던 것 같은 에피소드들을 함께 겪어가고 풀어가는 친구들의 대화들을 따라가면서 거기 어딘가에 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그 긴 시간을 지나왔는지 아련하기만 한데 책을 읽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학교 생활 하루하루도 그렇게 소소하고 다정하고 예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소 짓게 되는 책이었다. 다시 나로 돌아가게 되는 기분이 들어 음악도 듣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도서관도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문장처럼 “무덥고 밝은 여름날...짙은 나무 책장 너머로 오래된 기억이 떠오를 것 같은” 그런 환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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