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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ㅣ 꿈꾸는돌 47
하유지 지음 / 돌베개 / 2026년 8월
평점 :

“나, 우리 할머니가 키워 줬어. 아빠는 나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날 낳은 다음에 떠났고. 그런데 얼마 전에 엄마가 돌아왔어. 아주 온 건 아니고 그냥 잠깐. 그래서 엄마랑 안 친해.”(p.74)
읽는 내내 주인공 오한봄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소설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하유지, 돌베개)의 대략적 배경은 위와 같다.
사람은 외로움에 오래 있으면 그게 편해진다. 혼자가 익숙해지면 누가 다가오는 일이 반갑기보다 먼저 겁이 난다. 한봄의 시간이 "고독하고 막막했다"고 소개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1번 할머니, 2번 친구 규림이를 삶과 관계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한봄이에게 엄마와 추동하가 찾아와 3번의 자리에 놓으려다 놓고 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마음이 큰다는 것은 그 안에 인내심과 무심함뿐만 아니라 슬픔과 아픔도 더 많이 담기는 일 같다” 라는 것을 할머니와 함께 살며 깨우친 한봄이는 남자친구와의 교제에도 일정 거리를 두고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며 사귈 때 신뢰가 더 쌓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관심한 듯, 혹은 미워하는 듯 하며 엄마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엄마의 작은 행동을 해석하려 호기심을 보인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한봄에게 주어졌던 어둡고 추운 시간들은 어느날 세상에서 한파를 경험한 후 동굴 같은 시간 속에서 깨달을 것들을 미리 깨닫고 홀로서기에 필요한 단단하고 단아한 마음을 미리 쌓아둔 보약과 같은 역할을 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옹지마라고 해야할까.
한봄이는 엄마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 어른이면 좀 달라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른이면 뭐가? 왜?”
“어른은, 극복하는 사람들이잖아요.” (p. 109)
나이로 봐서는 확실한 어른인 한봄이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극복?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의 끝이 보이질 않는데? 인생은 시도때도 없이 첩첩산중이 아닐까 싶은데.. 어린의 눈에는, 청소년의 눈에는 극복하는 사람들처럼 보일수 있겠구나. 나도 그렇게 어른을 봤었던 것 같다.
“나중에 어른이 되고 이 세상에 얼마간 지쳐 버렸을 때, 우리는 여전히 우리일까? 우리 곁에 우리가 있을까?”(p. 132)
여전히 우리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인 것.
한봄이와 함께 한 계절을 나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책을 읽으며 맑은 마음을 경험해본 느낌이었다. 내게 오는 모든 계절이 소중하다는 생각, 무엇보다 지금 지나고 있는 이 계절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생각, 나의 계절을 받아들이고 충실히 그 계절을 살아내리라는 대견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