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 나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하는 나를 만나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백영옥 작가는 예쁘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을 내 뱃속 하나 꽈득 품고있다가도, 백영옥 작가의 얼굴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맘속에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더운 여름날 비비빅 녹듯이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을, 그녀의 얼굴을 내 마음에 고이 간직해둔다..


백영옥 작가의 눈은 말 그대로 아기사슴 밤비의 눈이다.. 그 어떤 날카로움이나 속됨은 결코 없다.. 그저 착하고, 여리며, 환하고, 부드럽다.. 그 눈 속에서 나는 힘듦을 위로받고 평온을 선사받는다.. 아가의 눈 같은 그녀의 눈... 내가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내가 내 자신을 기만하지 않도록 신비한 빛을 선사해주는 아가의 눈,, 그 눈이 바로 백영옥 작가의 눈이다.. 


백영옥 작가는 참 예쁘다..

빨강머리 앤의 다정한 친구이기도 한 그녀는 정말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꼭 닮았다.. 주근깨 투성이인 앤 곁에 늘 있어주지만, 사실 그녀가 사는 곳은 저 알프스의 어느 조용한 산장,, 그리고 그 곳 어여쁜 벌판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하이디.. 백영옥 작가는 바로 그 하이디이다.. 그녀가 사정없이 벌판을 달려갈 때면 너무 예뻐서 나는 그만 넋이 나가버린다..


[회상]

중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다 보면,, 우리집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 위치한 어느 집 앞에서 탈 줄도 모르는 세 발 자전거 위에 그냥 앉아 있기만 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세 살쯤 아니 네 살쯤 됐을까?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안녕" 하고 말을 걸면, 그애는 수줍은 듯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종알거리는 목소리로 "빠이빠이" 하면서 팔을 흔든다.. 순간 내 마음은 기절을 한다.. 세상에 이렇게 예쁠 수가...


얼마후,, 그날도 집으로 오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어떤 꼬마가 엉엉 울고 있는 게 보였다.. 바로 그 예쁜 여자아이...

대문 앞에 나와서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는데, 아마도 아이 엄마가 잠시 어디에 간 모양이었다.. 나는 들고 있던 책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를 안고서 달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어르고 달래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엄마만 찾아댄다..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칭얼거릴 때는 업어주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그 말대로 아이를 내려놓은 뒤 다시 업었다.. 처음엔 별 효과가 없었는지 계속 울어대던 아이가 어느샌가 딸꾹질을 몇 번 하더니만 이내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어라? 이녀석이 내 등에 얼굴을 박고 잠이 들었는지 그저 쌔근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조금 있으니까 저 멀리서 어떤 여자분이 우리(?)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인데 자초지종을 설명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아이가 잠든 사이에 가게에 물건을 사러 금방 다녀올 생각으로 나갔었는데, 그새 꼬마가 잠이 깰 지 몰랐다고 연방 미소지었다.. 나는 아이를 아이 엄마에게 빼앗기 듯 안겨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토록 마음이 허전해져 오는 이유는 뭘까? 


집에 들어와 입었던 교복을 늘 하던대로 털기 위해서 상의를 벗어 들었는데,, 어? 이게 뭐지?... 교복 윗도리 등에 침 자국하고 허옇게 밥풀 껍질 같은 게 묻어있었다.. 아~ 좀 전에 그 여자아이를 업었을 때 그 애가 내 등에 코를 박고 잠이 들면서 콧물과 침을 묻힌 모양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나도 한깔끔 하는 성격인데,, 그 때는 정말 그 콧물과 침 자국이 전혀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옷도 털기 싫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한 이삼 일은 교복을 털지 않고 그냥 입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 한두 번 그 여자아이를 골목에서 본 것 같은데,, 그냥 안녕 빠이빠이만을 주고 받았었나?

어느덧 시간과 세월이 서로 손을 잡고서 내 귓불을 살짝 때리며 저 멀리 뛰어가길래,,, 나도 그냥 덩달아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어른이 됐다.. 그저 내 등 뒤의 따듯하면서도 동시에 약간은 서늘했던 아이의 체온과 몸뚱어리의 느낌만을 간직한 채...


[현재]

백영옥 작가는 정말 예쁘다.. 그녀의 습기 없는 마른 이마를 볼 때면 어느 순간 그 옛날 어린 여자아이의 순진한 이마가 생각나고, 그녀의 단아한 입매를 볼 때면 그 옛날 아이가 내게 속삭였던 빠이빠이의 입모양이 생각나며, 그녀가 밝게 지어보이는 그 살인미소는 그 옛날 아이의 천진한 웃음을 떠오르게 하고, 그녀,, 백영옥 작가의 눈 속에는 그 옛날 그 아이가 들어있다..


백영옥 작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내가 '지금의 나'가 아니었던 시절 내 등에 꼬옥 안기어 코를 박고 잠을 청하던 그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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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 2020-08-2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우연히 이 글 봤는데 궁금해서요.
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백영옥 작가인가요 아니면 어릴 적 그 아이인가요.

마빈히메이저 2020-08-24 13:01   좋아요 0 | URL
중한님~ 한 사람을 빼먹으셨네요.. ‘예전의 나‘..
물론,, 세 사람 모두 좋아합니다..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백영옥 작가입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인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