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빨간 양말 비룡소의 그림동화 154
조지 셀던 톰프슨 글, 피터 리프먼 그림, 허미경 옮김 / 비룡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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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강렬한 첫 인상은 알아가면서 평범하거나 희미하게 덮어지게 마련이고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반대의 경우를 만난다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표지를 보는 순간 기대감, 호기심이 폭발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이름과 낯선 그림.

화려하지 않고 검정, 빨강, 노란색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앙거스는 골목 모퉁이 오래된 이층집에 아빠, 엄마 두 삼촌과 살고 있다. 아빠와 두 삼촌은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데 양말은 그들이 직접 만든 멋진 양말 기계에서 생산한다.

앙거스 집 뒤에 뜰에는 큰 나무가 여러 개 있고 그 나무들에는 참새가 많다. 그 참새들 중 하나인 브루스는 앙거스의 친한 친구이다.

 

사람들이 앙거스네 양말 가게를 오지 않고 큰 백화점으로만 가면서 양말 기계는 점점 더 할 일이 없어지고 가족들은 힘든 겨울을 맞는다. 그리고 어느 날 브루스는 추위에 떠는 앙거스를 위해 스스로 기계를 돌려 빨간 양말을 만들어 주고 곧 모든 참새들에게 양말을 만들어 준다. 참새들은 따뜻한 양말에 너무 기뻐하지만 앙거스는 참새들을 양말을 만드느라 실을 다 써 버렸다.

양말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였으니 앙거스는 큰 잘못을 한 것이지만 자신이 친구를 위해서 한 행동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솔직하게 말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도 한다.

 

이 부분에서 브루스를 향한 앙거스의 진심에 깜짝 놀랐다.

참새 친구에게 양말을 만들어 준 것까지만 해도 어쩌면 작은 사건의 하나쯤으로 여겨졌지만 그 행동에 대하여 어른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친구인 참새에게 한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그게 바로 저자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자 하는 우정의 모습이지 않을까?

브루스 또한 앙거스의 진심을 알기에 자신이 신고 있던 양말과 다른 참새들의 양말을 다 모아 돌려주려고 하지만 참새의 양말을 갖고 싶어 사람들이 몰려들어 기계가 다시 바쁘게 돌아가게 되고 양말은 참새들은 양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후 앙거스와 브루스의 우정이 더욱 두터워졌겠지?

 

아이들에게 친구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어 시작된 생각은 꼬리를 물어 지금 나의 친구는 누구이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친구인지에 이르렀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기고 그들 또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 좋겠다는 소망도 가지게 되었다.

 

친구 「명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더하여

속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하나를 받으면 두 개를 주고 싶은

자주 만나지 못해서 멀리 있어도 편안한, 등의 의미도 추가하면 어떨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경험한 친구의 의미는 뭐가 있을지 나누어봐도 좋겠다.

 

화려하지 않은 그림으로 디테일을 살리고

보편적인 주제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는 이런 그림책.

한 번 읽고 나면 목이 잠길 정도로 긴 내용이지만 보고 또 봐도 재미있으니 오늘 밤에도 다시 한 번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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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을 부탁해 비룡소 창작그림책 48
김세진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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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설다.

표지에 황금도깨비 수상작 스티커를 눈에 담고 뒷면에 심사평을 읽은 후에 아이들 보다 먼저 휘릭 책을 읽는다.

아기자기 디테일에 신경 쓴 것이 아닌 과감하고 강렬한 색깔들로 주인공의 감정이나 이야기의 분위기를 끌로 가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지만 기존에 있는 두 이야기를 섞어 놓은 스토리는 별로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두 이야기를 알지 못하니 (유치원에서 접했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읽어준 적은 없다.) 이 책을 과연 좋아할까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이 책을 너무 좋아했고 책을 집에 도착한 날부터 어젯밤까지 매일 읽어주고 있다.

아이들 덕분에 반복해서 읽고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나 또한 이 책의 진짜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음은 당연하다.

 

카메라가 여기저기서 다양한 구도의 장면을 찍어내듯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잡은 장면들은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해주고 특히 장면마다 보여지는 강렬한 색상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직 늑대의 존재를 모르는 소년이 아빠와 인사하는 첫 장면은 연둣빛 풀밭과 초록의 나무들이 주로 보이며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뒤이어 나오는 소년과 양들이 기분 좋게 함께 하는 장면의 색도 화사한 파랑이다. 하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서는 화면이 확 바뀐다. 양을 물어가는 늑대의 모습이 페이지 구석에 조금만 보일 뿐이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강렬한 색상으로 인해 소년이 느끼는 공포와 긴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드디어 커다란 늑대+도망가는 양들이 그려진 장면은 글은 없지만 느낌은 충분하다. 실눈을 뜨고서라도 꼭 보고야 마는 그런 장면.

 

늑대를 본 소년은 아빠가 충고한대로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른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늑대를 믿지 않고 소년에게 엉뚱한 충고만 하고 떠난다. 소통은 실패하고 화면은 어둡기만 하다. 두려움과 걱정, 실망으로 고민을 하던 소년은 꿈속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새끼 양을 만난 이후에 다부진 표정으로 변한다.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양을 구하러 갈 결심을 한 것. 이 장면에서 두 이야기에서 차용해 온 양치기 소년이나, 사냥꾼의 모습이 아닌 특별하면서도 새로운 인물이 만들어진다.

아빠가 만들어 준 사냥총으로 총 쏘기 연습을 하곤 용기를 내어 (도와주는 어른들 없이) 숲으로 들어가고 늑대에게 총을 겨눈다.

 

모두 모여 밤새 춤을 추며 소년의 숨가쁜 경험은 끝이 나지만 꼬마 늑대 사냥꾼이 된 소년이 저 멀리 도망가는 (이전에 등장했던 무시무시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늑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아이의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최근에 첫째는 혼자 나가서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나 아빠가 함께 하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혼자 나가서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 놀거나 어린 동생을 데리고 논다.

4살 동생도 오빠만 나가면 따라 나가서 (아직은 버겁지만)오빠를 따라다니며 어른들의 손길 없이 시간을 보낸다.

엄마인 나는 예전에는 너희들 스스로 나가서 좀 놀아라라고 외쳤다가 막상 아이들만 나가 노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지켜보며 불안한 마음+뿌듯한 마음을 경험하는 중이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지만 그림책을 그저 휘릭 넘겨 볼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이라고 책 보는 수준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나만 슬쩍 보고 말았더라면 이 대단한 꼬마 사냥꾼을 제대로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지금 대단한 꼬마들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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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까망 씨! 비룡소의 그림동화 196
데이비드 위즈너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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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그림책에서 드러나는 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그림책에는 판타지의 요소가 있다. 현실에서 매번 접하기 힘든 작고 큰 재미나 감동을 책 속에 마련된 상상 속 세상에서 (간접)경험하려면 판타지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 요소가 너무 과하거나 부적절하게 표현되는 경우 재미는 없고 공감은 가지 않는 책이 되는 경우도 많다.

 

매일 접하는 평범한 일상과 함께 그 것의 한 쪽에서 기인한 판타지가 적절한 양으로 잘 버무려진 이야기를 만났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책을 보고 또 보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인 <구름 공항>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이 책 <이봐요, 까망 씨!>는 특히 일상과 판타지의 균형이 잘 맞추어져 있다.

까망 씨라는 심드렁한 일상을 살고 있던 고양이가 어느 날 집안에 착륙한 외계 비행선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오고 가면서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한다.

  

인간의 말을 못하는 고양이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외계인, 곤충의 모습에서 글 없는 그림책의 묘미도 느껴진다.  

(숨겨진 그들의 대화를 유추하면서) 눈에 보이는 장면에서 바로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우선 꾸미고 좀더 들여다보며 숨어있는 또 다른 이야기까지 이리저리 만들어 보는 것은 글만 한차례 읽고 끝내는 그림책으로는 경험하기 힘들다.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독서의 효과는 이런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듯.

 

작가는 대사를 넣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그 어떤 그림책을 읽을 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오늘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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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폴 비룡소의 그림동화 189
센우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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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눈에 익었다. 잘 생각해보니 작년 볼로냐 도서전에 갔을 때 일러스트레이션 월에서 들고온 엽서 중 같은 그림이 있었다. 많이 들고 오지도 않았지만 그나마도 버려지고 몇 장 남지 않은 엽서들 중에서 red muffler를 찾아냈다.

입체와 평면의 조화 무채색과 원색의 조화가 눈과 마음에 남아있던 그림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는 입체 기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방식을 찾은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과정과 노력을 생각하면 단순히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함이라기 보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최고의 장면에 담기 위해 아주 작은 부분에까지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 또한 입체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배경, 인물 소품들을 구분하여 입체와 평면으로 만들고 그려서 그것들이 잘 어울리게 쓰고 있어 페이지마다 시선을 붙잡는다.

물론 아무리 입체 기법으로 정성을 들였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의 힘이 없으면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 책에는 남극 기지라는 특별한 배경에 좀더 특별한 역할(요리사)의 인물 이언과 그와 친구가 된 펭귄 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이 만나고 우정을 키워가는 모습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되지만 독자에게 좀더 깊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주는 또 다른 사건이 전개되며 전체 이야기는 식상해질 틈 없이 촘촘하게 짜여있다.

 

눈 폭풍이 불던 날 친구 폴이 걱정되어 나선 길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의 한 장면을 만나게 되는 이언과 다른 사람들.

무게감를 담은 장면에 이어 지금 그곳에서 바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따뜻하고 유쾌한 에피소드에 담아 보여준다.

그 과정을 재미있게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한 마디도 없는 동물 캐릭터와 인간의 교감하는 모습을 통해 함께 살아가며 가질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분명하게 읽힌다.

 

멋진 작품 하나를 만나면 그 작가의 모든 책에 욕심을 내게 되는데 이 작가의 이름도 잘 기억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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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컨텐츠의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작품으로, 원작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영어판으로 또 읽으며 감동에 감동을 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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