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을 부탁해 비룡소 창작그림책 48
김세진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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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설다.

표지에 황금도깨비 수상작 스티커를 눈에 담고 뒷면에 심사평을 읽은 후에 아이들 보다 먼저 휘릭 책을 읽는다.

아기자기 디테일에 신경 쓴 것이 아닌 과감하고 강렬한 색깔들로 주인공의 감정이나 이야기의 분위기를 끌로 가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지만 기존에 있는 두 이야기를 섞어 놓은 스토리는 별로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두 이야기를 알지 못하니 (유치원에서 접했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읽어준 적은 없다.) 이 책을 과연 좋아할까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이 책을 너무 좋아했고 책을 집에 도착한 날부터 어젯밤까지 매일 읽어주고 있다.

아이들 덕분에 반복해서 읽고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나 또한 이 책의 진짜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음은 당연하다.

 

카메라가 여기저기서 다양한 구도의 장면을 찍어내듯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잡은 장면들은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해주고 특히 장면마다 보여지는 강렬한 색상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직 늑대의 존재를 모르는 소년이 아빠와 인사하는 첫 장면은 연둣빛 풀밭과 초록의 나무들이 주로 보이며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뒤이어 나오는 소년과 양들이 기분 좋게 함께 하는 장면의 색도 화사한 파랑이다. 하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서는 화면이 확 바뀐다. 양을 물어가는 늑대의 모습이 페이지 구석에 조금만 보일 뿐이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강렬한 색상으로 인해 소년이 느끼는 공포와 긴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드디어 커다란 늑대+도망가는 양들이 그려진 장면은 글은 없지만 느낌은 충분하다. 실눈을 뜨고서라도 꼭 보고야 마는 그런 장면.

 

늑대를 본 소년은 아빠가 충고한대로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른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늑대를 믿지 않고 소년에게 엉뚱한 충고만 하고 떠난다. 소통은 실패하고 화면은 어둡기만 하다. 두려움과 걱정, 실망으로 고민을 하던 소년은 꿈속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새끼 양을 만난 이후에 다부진 표정으로 변한다.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양을 구하러 갈 결심을 한 것. 이 장면에서 두 이야기에서 차용해 온 양치기 소년이나, 사냥꾼의 모습이 아닌 특별하면서도 새로운 인물이 만들어진다.

아빠가 만들어 준 사냥총으로 총 쏘기 연습을 하곤 용기를 내어 (도와주는 어른들 없이) 숲으로 들어가고 늑대에게 총을 겨눈다.

 

모두 모여 밤새 춤을 추며 소년의 숨가쁜 경험은 끝이 나지만 꼬마 늑대 사냥꾼이 된 소년이 저 멀리 도망가는 (이전에 등장했던 무시무시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늑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아이의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최근에 첫째는 혼자 나가서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나 아빠가 함께 하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혼자 나가서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 놀거나 어린 동생을 데리고 논다.

4살 동생도 오빠만 나가면 따라 나가서 (아직은 버겁지만)오빠를 따라다니며 어른들의 손길 없이 시간을 보낸다.

엄마인 나는 예전에는 너희들 스스로 나가서 좀 놀아라라고 외쳤다가 막상 아이들만 나가 노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지켜보며 불안한 마음+뿌듯한 마음을 경험하는 중이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지만 그림책을 그저 휘릭 넘겨 볼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이라고 책 보는 수준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나만 슬쩍 보고 말았더라면 이 대단한 꼬마 사냥꾼을 제대로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지금 대단한 꼬마들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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