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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기다려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ㅣ 그림책향 25
차은실 지음 / 향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잠깐만 기다려 (차은실, 그림책향25)
#그사모 #서평 #그림책향 #차은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긴 그림책을 엄마와 아이 사이 기다림의 시간을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그려냈다.
픽토그램과 같은 표지 그림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빛바랜 듯한 낮은 채도의 파랑과 하늘색 배경에 주황색이 중심을 이룬 그림이 돋보인다.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바쁜 엄마는 늘 기다리라고 한다. 맞벌이하는 엄마라면 일과 육아 사이 시간은 늘 부족하고 아이는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길다.
그림책 속 아이도 엄마를 찾는다. ‘엄마, 엄마!’ 불러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기다리라는 목소리만 들린다. 엄마는 무얼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하기에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열까지 세라고 했을까.
조그만 구멍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는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낚시대를 드리운 곰, 연인을 기다리는 듯한 여자, 음악가, 펭귄. 함께 기다린 존재들이 하나 둘 떠나고 시간을 낚는 듯한 곰만이 아이 곁에 남는다. 마침내 열을 다 센 아이가 다시 엄마를 부르고 엄마는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그 순간 곰의 낚시줄이 꿈틀대고 아이와 곰이 낚시를 하던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순간 그제야 엄마의 ‘많이 기다렸지’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모습을 드러낸다. 반전이다. 이제부턴 아이가 엄마를 기다렸던 것처럼 엄마가 아이를 찾고 아이는 엄마가 했던 것처럼 엄마에게 기다리라고 한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책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육아 그림책. 아이들에게 부모가 필요한 시기는 정해져 있다. 아이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을 절제된 글과 그림으로 깨닫게 해 준다.
어린 아기였을 때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2~3살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유럽 여행을 가서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열흘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게 한 일. 어린 딸을 혼자 두고 모임에 간 일........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순간이다.
물질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부모의 사랑이 더없이 고픈 시대의 아이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꼭 읽었으면 한다. 어떤 육아책 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육아지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