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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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학을 휴학하고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스고 서점'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 '요시미츠'. 어느날 스고 서점에 '가나코'라는 여성이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으로 쓴 짧은 소설이 실린 잡지를 찾는다며 방문한다. 마침 얼마 전에 매입한 잡지에서 해당 소설을 발견한 요시미츠는 가나코에게 이를 판매하고, 가나코는 사실 카노 코쿠뱌쿠의 소설은 총 다섯 편이며, 남은 네 편을 찾아줄 것을 서점에 의뢰한다. 결말이 없는 '리들 스토리' 다섯 편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요시미츠는 이 이야기들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책을 읽기 전에 '추상오단장'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먼저 찾아보았는데, '추상(追想)'의 한자로 보아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라는 의미인 듯 하니, 이 제목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는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다섯 편의 짧은 리들 스토리를 쓴 작가 카노 코쿠뱌쿠는 의뢰인인 가나코의 아버지 '키타자토'이고, 이 이야기들은 그가 아직 젊었던 때 겪었던 사건, 일명 '앤트워프의 총성'이라는 자극적인 이름으로 불렸던 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묘한 의문을 남긴 채 종결되었던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키타자토가 결말이 없는 짧은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가나코가 지금에 와서 아버지가 쓴 이야기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진 채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추상오단장]은 기본적으로 요시미츠가 카노 코쿠뱌쿠의 단편이 실린 책 혹은 잡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다섯 편이 모두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실치 않다보니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으로 전개가 지지부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단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수월한 편이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것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을 한 편 찾아내면 전문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자체로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흥미로운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단편이 실린 책 속에서는 완결되지 않은 채 의문을 남겼던 리들 스토리가 가나코가 가지고 있는 '단 한 줄'의 결말로 완벽하게 닫힌 결말이 된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인상적이다. 그리고 일견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보이고, 한 줄을 더하면 그저 평범한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 이 '단장'이 과연 과거의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이 모든 퍼즐을 만들어 낸 카노 코쿠뱌쿠에, 나아가서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는 국내에서도 '고전부 시리즈'로 인지도가 높고 이 시리즈 자체가 상당히 인기 있는데, 나는 가벼운 청춘 미스터리보다는 좀 더 묵직하고 숨기는 게 많은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추상오단장]의 트리키함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에 와서는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저마다의 나름대로 깊고 무거운 사정이 있음에도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을 쓰는 게 작가의 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절판 및 프리미엄으로 아직까지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선물 같은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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