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모리카와 토모키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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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독특해서 눈이 갔던 책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제목도 특이한데 띠지의 그림이,, 너무 중2병스러워서 약간 망설여졌지만 '이 칼로 죽임을 당한 자는 정확히 4시 32분 6초에 되살아난다!'는 홍보 문구에 넘어가서 읽게 되었다.

 

대학생인 '시치사와'는 친구인 '리나'와 '이나키도'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아마추어 영화감독이다. 그는 다음에 찍을 영화를 고민하던 중 이탈리아 여행 중 야시장에서 구입한 단검에 눈이 가고, 이를 소품으로 고민하다 환상처럼 '가보니'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연쇄살인마라고 밝힌 가보니는 '그 칼로 생명체를 죽이면 자신이 죽은 시간에 되살아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시치사와는 실험을 통해 가보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칼로 동물을 죽인 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그 리얼한 영상으로 인해 형사인 '코소네'로부터 의심을 사고 그녀는 점차 시치사와를 살인자로 여기고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상당히 독특한 설정의 책인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칼로 생명체를 죽이면 되살아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시간 조건은 '몇 시간 후' 라는 식의 소설을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특정 시간으로 정해져있다보니 코소네로부터 의심을 사는 시치사와는 영리하게 머리를 쓸 수 있게 된다. 소설 자체는 유명한 일본의 만화인 '데스노트'의 설정과 굉장히 유사한데 시치사와를 '야가미 라이토'와, 코소네를 'L'과, 단검을 '데스노트'와 가보니를 사신 '류크'와 각각 연결시키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데스노트에서도 라이토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웠던 것이 실제 인간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만 적으면 사람이 죽는 노트'에 대해 생각하기도 어렵고 이를 손에 넣어서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치사와의 단검 역시 이 칼로 사람을 죽이면 되살아난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고 실제로 칼을 손에 넣어 증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코소네는 고전하게 된다.(실제 소설을 읽다보면 만화와 세세하게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만이 가진 특이점은 시치사와에게 살인의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영화를 위해 살인 장면을 촬영하고 싶을 뿐 사람이나 동물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심지어 특정 시간이 되면 모두 되살아나고 그 때의 기억도 어렴풋함 꿈 정도로만 남기 때문에 실제로 살인을 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치사와의 살인행위가 입증되어도 그에게 살인도, 시체유기도, 상해치사도 그 어떤 것도 죄를 묻기 어렵다. 그리고 심지어 코소네는 시치사와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온갖 불법 행위를 자행한다. 결국 어느 쪽도 '선'이라고 보이지 않고 어느 쪽도 응원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설정 자체는 무겁지만 소설은 라이트노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볍게 읽힌다. 미사여구가 적고 전개가 빠른 데다 거의 직선적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도 죽지 않는 단검을 가지게 되어 '죄책감'이라는 것을 전혀 갖지 않은 채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되는 시치사와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점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코소네를 보면 맹목적인 동기와 무분별한 능력이 주는 부작용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깔끔하게 복선을 회수하는 결말도 그렇고, 소설을 아주 가볍게도, 제법 무겁게도 읽을 수 있게 쓰는 작가의 능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아직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좀 더 볼륨 있는 책으로 다시 만날 날이 기대된다.

 

 

알라딘 별점은 중간이 없어서,, 별점 3.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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