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의 태동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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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30주년 기념작 <라플라스의 마녀>의 프리퀄*인 <마력의 태동>은 시간적으로 <라플라스의 마녀>의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부터 첫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대략 1년여에 걸친 시간을 묘사하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프리퀄 : 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기본적으로 화자는 스승의 고객들을 이어받아 제법 굵직한 유명인들을 상대로 침을 놓는 침구사 '구도 나유타'이다. 그의 고객들은 다들 어딘가 조금씩 문제를 겪고 있는데 구도 나유타는 이러한 고객들의 고민이나 문제점들을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소녀 '우하라 마도카'와 함께 해결하게 된다.

 

 

슬럼프에 빠진 스키 점프 선수,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와 그것을 잡지 못하는 포수, 뇌사상태에 빠진 중증 장애아동을 아들로 둔 부부, 동성 애인을 잃고 곡을 쓸 수 없게 된 시각장애인 작곡가 등 저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빠진 이들은 우하라 마도카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특별한 능력으로 '기적'을 만나게 된다.

 

일단 <라플라스의 마녀>의 프리퀄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손에 들었는데 의외로 단편집이라 놀라고, 화자가 전혀 전작과 연관이 없는 인물이라는 데에서 다시 한 번 놀랐다. 또 각각의 단편이 화자인 구도 나유카나 우하라 마도카가 아닌 중심이 되는 인물이 따로 있고, 그에 따라 나유타나 마도카는 사건 및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일 뿐 결국은 각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완결되는 것도 좋았다. 단편 자체는 보통의 휴먼 드라마에 마도카의 능력이 약간의 양념이 되는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라플라스의 마녀>와 따로 떼어놓고 봐도, 또 한 편 씩 따로 놓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한 편 한 편 제법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다. 그런데 또 은근하게 이것이 <라플라스의 마녀>와 연결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에서 중립을 지키고 각 이야기의 주인공과 마도카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 정도를 했던 나유타가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여태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며 모든 조각이 달칵!하고 맞물리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라플라스의 마녀>와도 확연하게 이어지는 순간이- 짜릿했다. <라플라스의 마녀>가 솔직히 기대 이하라서 이 책은 아예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오히려 <라플라스의 마녀>보다 훨씬 즐겁게 읽었다.

 

<마력의 태동>은 프리퀄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단편이라는 형태를 통해 그냥 한 편의 이야기로 봐도, 한 권의 장편으로 봐도,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봐도, 후속 작품으로 봐도 그 어느쪽이라도 손색이 없는 책이 되었다. 의외로 이 책에서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가진 특징은 표지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 <라플라스의 마녀> 표지를 보면 배경에 수식이 눈에 확 띄게 드러나는 반면 이 책은 정말 자세히 봐야 배경의 옅은, 그리고 <라플라스의 마녀>와 동일한 수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배경에 <라플라스의 마녀>와 같은 소재, 등장인물을 깔고 있지만 그것은 그저 배경이자 일부일 뿐, 이 책만이 가진 매력은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다. 표지부터 내용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진짜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고 '만족했다!!'는 감상으로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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