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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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친 7기에 가입하고 <나쁜 책> 티저북 서평단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되었다!

<나쁜 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새빨간 표지의 책이 대놓고 '나 금서예요!'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금서를 이야기하기 전, 김유태 작가의 서문을 먼저 읽다가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영속적으로 읽히는 책들,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책들의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칼날 같은 진실은 무섭도록 단순하다.

독자를 충격하지 못하면 그 책은 인쇄와 동시에 이미 죽은 책이다.

탁월한 정신과 의사처럼 독자를 파헤치는 책은

굳이 홍보되지 않더라도 식별력을 가진 독자,

때로 오랜 시간이 흘러 미래의 독자와 만나고야 만다."

<나쁜 책>, 김유태 글항아리


돌아보면, 한동안 내가 읽어본 책들은 모두 '안전한' 책들이었다.

나를 충격하게 만들지 못하는 책들이어서 한 권 읽고 나서 다른 책을 들여다보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먼저 읽었던 책의 내용이 잊혀지고야 마는 것이다.


<나쁜 책> 티저북을 쭈욱 읽어본 후 이 티저북에서 소개된 책 다섯 권 중 2권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중 하나는 소장하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다.

이 책은 예전에 민음사에서 구매하고서 밀린 책 먼저 읽겠다고 읽기를 미뤄둔 책이었는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혀있다.

대강의 언급된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한 남자가 직장 동료 여자에게 장난삼아 농담을 적은 쪽지를 전달했는데, 그 농담 때문에 직장에서 짤리고, 1년 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처벌이 1년씩 미뤄지더니 총 5년의 복역을 하게 된다. 복역 후 출소하면서 남주인공은 복수를 다짐하는데, 책 제목처럼 내용도 농담처럼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이 금서로 선정된 이유는 복수를 하는 대상이 높은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하여 내가 이런 책을 아직도 펼쳐 읽지 않았는지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다른 하나는 아이리스 장의 <난징의 강간>이다.

한국사에서 일본이 한국에 행한 만행만 기억했지, 다른 나라에도 일본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는 관심이 없어 배웠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내용이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금서로 선정되었는데, 일본이 어찌나 심하게 박해했는지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설치된 동상을 보면 그 당시의 처절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소개하는 글만 읽었을 뿐인데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죄어드는 기분이 드는 것이, 과연 이래서 사람들이 읽지 못하도록 금서로 지정해두었나 보구나 이해도 되는 한편, 그렇게까지 하면서 과거의 사실을 덮어두려는 얍삽함에 화가 났다.


책은 읽혀지지 않으면 그저 한 권의 폐지일 뿐이지만, 펼쳐 읽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역사가 된다.

<나쁜 책>을 읽으며 사람이 글을 써서 책을 남기는 이유와, 글을 읽으며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피부에 와닿도록 생생하게 느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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