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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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서점이라는 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좋아했다. 서점에 한 번 발을 들이면 몇 시간 동안 질리지 않고 수십 권의 책을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서점이 눈에 보이면 주의 깊게 봐두었다가 꼭 한 번은 방문해 보는 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해외여행을 나가서 그곳의 서점을 들러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그 생각이 나게 된 계기는 스웨덴 작가인 프리다 쉬베크의 소설 <템스강의 작은 서점>을 읽으면서다.

보통 한국의 서점은 상가 하나의 벽에 책꽂이를 잔뜩 붙여놓고 책을 꽂은 뒤 벽 책꽂이보다 낮은 높이의 책꽂이와 평판 매대에 책을 쌓아놓는 형식이다. 그래서 정말 책만 있는 공간이었다. 최근에는 해외의 서점을 본따와 서점 안에 카페가 생기는 등 변화가 생기는 추세라 이 보통의 한국 서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게 되리라.


<템스강의 작은 서점>의 서점 이름은 리버사이드 서점이다. 이 서점은 백 년도 전에 열렸다. 첫 번째 서점 주인은 사람들에게 교육적인 문학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열두 개의 거대한 책장에 자녀들의 이름을 따서 붙여두었다. 손님들이 책을 찾으면 "조세핀 위쪽을 보세요"라는 식으로 알려줄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 것을 보여주는 낡은 소파는 그 당시 서점 주인이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그 아이들의 부모가 올 때까지 돌봐주어 그 부모의 보담으로 받은 것이었다. 리버사이드 서점이 있는 건물의 1층에는 서점이 있고, 서점 위에는 방 2개가 있어서 거주공간으로 쓰고 있다. 서점 뒤쪽에는 부엌이 있어서 서점 영업을 종료한 뒤 직원들은 식사를 해먹고 퇴근하는 듯하다. 요리를 하면 냄새와 생활 수증기 등이 퍼질 텐데 서점 한복판에서 그래도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버사이드 서점의 주인은 사라였다. 그런데 어느 날 서점 직원이자 사라의 친구인 마르티니크는 사라가 심각하게 아픈 것을 알게 된다. 사라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사라의 유언대로 마르티니크는 사라의 조카에게 서점과 이 건물을 맡겨야 했다. 시간이 흐른 뒤 사라의 조카가 서점을 방문한다. 조카 샬로테는 스웨덴에서 살다가 이모 소식을 듣고 리버사이드 서점이 있는 영국으로 왔다. 스웨덴에서 코스메틱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샬로테는 어서 이 서점 건물을 정리하고 스웨덴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서점에 방문하여 마르티니크를 만나고 어찌된 일인지 자신을 한 번에 알아본 그녀 때문인지 덕분인지, 계획했던 일정과 다르게 영국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


마르티니크는 샬로테에게 사라가 머물던 서점 위의 방을 안내해 준다. 여행의 여독을 풀라는 그녀의 배려이자 '이제 네가 이 방에서 사는 거야'와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사라는 방 안 여기저기에 책을 잔뜩 보관해두었다. 바닥에 쌓아놓기도 하고 주방 찬장에 빈틈없이 쌓아두기도 한다. 잠시 쉬었다 가는 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라는 소파에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깨는데, 발치에 쌓여있는 책 무더기에서 엄마와 이모의 흔적과 기록들을 발견한다. 덤으로 어떤 직원들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던 서점 고양이 테니슨이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무릎으로 올라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게 된다.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현재와 과거 시점의 이야기가 교대로 서술된다. 현재는 샬로테와 마르티니크의 시점에서, 과거는 사라와 샬로테의 엄마 크리스티나의 시점에서. 샬로테가 사라의 방에서 과거 기록을 찾아낸 순간부터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리버사이드 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사라 이모는 샬로테의 엄마와 오랜 시간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샬로테는 왜 사라 이모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는 건지 점차 시간이 지나며 안개가 걷히듯 진실이 밝혀진다.


샬로테가 리버사이드 서점의 안 좋은 경영사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닫혀 있던 마음이 점차 열려가는 과정이, 이 작은 서점에서 일어나는 온갖 해프닝들이 다음에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해 끊임없이 책장을 넘겨보았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템스강의 작은 서점>을 펼쳐놓고 옆에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두고 마시면서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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