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이사벨 아옌데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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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책으로 이사벨 아옌데를 처음 만났다. 이사벨 아옌데는 유치원 시절에 자신이 이미 페미니스트였다고 한다. 1942년에 태어나 그때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면,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감정들보다 훨씬 더 한 것들을 느꼈으리라. 이사벨은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엄마가 얼마나 불리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인식했다. 이사벨의 엄마는 부모님도 반대한 결혼을 강행했다가 결혼에 실패해 결혼을 무효로 만들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이혼이 불가능해서 결혼 무효만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효화된 결혼에도 불구하고 이사벨의 엄마는 돈을 벌어올 능력이 없었고 돈도 없었는데 예쁘고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사벨의 엄마 판치타는 '라몬 아저씨'라는 사람을 만나 살림을 합쳤다. 그 당시 이사벨의 눈에는 편견이 가득했는데 시간이 꽤 지나 라몬 아저씨만큼 좋은 아버지는 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사벨의 딸 파울라를 극진히 아끼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라고 하는데 어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기만 해도 답답한 마음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데 이사벨의 어린 시절은 이보다 더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초연히 살아온 이사벨의 어머니 판치타와는 달리 이사벨은 세상에 저항하는 쪽이었다. 가부장주의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페미니즘의 한 부분을 이사벨이 담당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항상 싸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사벨의 딸이 라몬 아저씨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이사벨의 로맨티스트적 이야기도 잠시 나온다. 작품 속 등장인물에 비유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사벨은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남성 위주의 사상으로 가득한 세상이 불과 사오십 년 안에 조금씩 변화해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사실 가부장제는 인류 역사 내내 있었던 문화도 아니었지만,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감히 그것에 하지 못했을 일을, 이 보 전진 후 일 보 후퇴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세상에 순응하며 살면서 조금씩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여성들도 있었다. 남자들에게 감히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사벨의 어머니 판치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독립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사벨과 같은 알려진 여성들에게서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점점 더 많이 듣게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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