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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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을 쓴 저자 로리 넬슨 스필먼은 마흔이 넘어 쓴 첫 소설인 <라이프 리스트>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라이프 리스트>는 똑똑하고 딸을 매우 사랑한 엄마가 철없는 딸을 위해 유언을 남기는데 그것이 바로 '라이프 리스트'이다. 그 리스트를 모두 수행해야만 엄마가 남긴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어 직장에서 잘리고 어릴 적 꿈이었던 직업인 교사로 돌아간다. 리스트를 하나씩 성공해 지워나가며 엄마가 남긴 유언의 참된 의미를 서서히 깨달아 가는 딸. 리스트를 모두 성공해 내고 사랑까지 얻게 된다. 톡톡 튀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는 소설이어서 이번에 읽을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역시 어떻게 전개되는 이야기인지 매우 궁금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옛날 옛적 폰타나 가문의 첫째 딸이 좋아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와 서로 좋아하여 결혼까지 갈 것이라고 기대했던 첫째 딸은, 그 남자가 첫째 딸의 동생인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에게 추파를 던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째 딸은 매우 아름다움을 타고났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마음을 눈치챈 언니가 동생에게 경고를 한다. "네가 내 애인을 뺏으면 넌 모든 둘째 딸들과 함께 평생 저주를 받을 거야." 그런데 남자가 너무 막무가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에 동생은 남자를 피하려고 했는데, 억지로 동생에게 입맞춤을 하는 장면을 언니가 보게 되고, 언니는 동생에게 돌을 날려 한쪽 눈을 다치게 만든다. 더 이상 아름답지 않게 된 동생은 평생 결혼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렇게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에게 대를 이어 저주가 내려오고 있다.


사실, 이게 소설이라 그런 거지 동생의 잘못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바람둥이 남자의 잘못인데 멀쩡한 동생을 괴롭힌다니.. 구시대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지만 일단 계속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 저주는 몇 세대이고 계속 이어져 주인공인 에밀리아 세대까지 내려간다. 에밀리아는 이 저주를 일곱 살 때 가문의 대를 이어 내려오는 트리를 그리는 숙제를 해간다. 그 트리에서 선생님의 발견으로 이상하게 둘째 딸만 결혼하지 않고 미혼으로 남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에밀리아의 가족은 모두 에밀리아에게만 보수적이다. 아니, 보수적이다 못해 좀 답답함을 유발하는 존재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에밀리아의 할머니 로사, 다른 한 명은 에밀리아의 언니 다리아이다. 할머니는 에밀리아가 뭔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모두 하지 못하게 한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 모양이다. 다리아는 에밀리아가 제빵에 재능이 있어 자신이 운영하는 북클럽에 케이크를 만들어달라며 에밀리아를 시킨다. 빵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거나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모두 에밀리아에게 넘긴다. 마치 동생이 자신의 하녀인 양 말이다. 그런데 에밀리아는 언니가 자신을 찾아주었다며 기쁘게 그 모든 일들을 한다. 당연하다시피.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금지된 포피 이모에게서 에밀리아에게 편지가 날아온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자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너무 좋아서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어 언니에게 이야기했는데, 언니는 당연하겠지만 허드렛일해주니 옆에 두면 편한 동생이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못마땅한 듯 할머니가 못 가게 할 거라며 가스라이팅을 잔뜩 해댄다. 처음 몇 챕터는 이처럼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나는 가족들 때문에 읽기가 힘들지만 결국 이탈리아로 떠나는 순간부터는 다음 여행지와 만나게 될 사람들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져온다.


어쩌면, 로리는 그 새장 같은 집에서 에밀리아가 뛰쳐나오는 장면을 그리기 위하여 이런 설정을 넣었을 수도 있다. 깨달음을 얻고 억압에서 발버둥쳐 벗어나 결국 원하는 삶을 쟁취하게 하는 것.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둘째 딸에게 내려진 저주 같은 건 애초에 누군가가 둘째 딸을 손아귀에서 부리기 위해 그냥 만든 말인 걸 수도 있다.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것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주인공 에밀리아는 결국 자신만의 행복윽 찾는다. 주체적으로 설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란 얼마나 멋진지! 언니와 할머니의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약간 스릴러 같다는 느낌까지 받지만, 이 소설은 에밀리아의 성장 서사를 그린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약간 가미된 로맨스까지. 다정하고 너그러운 포피 이모와 에밀리아, 그리고 사촌 루시아나 이렇게 세 명의 둘째 딸들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내 인생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는 나도 둘째이고 딸이다!!!) 에밀리아처럼 결국 원하는 인생을 쟁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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