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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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는 사진가>

책 제목부터 신기했다.

카메라가 없는 사진가가 어디 있어? 말도 안 돼!

책 표지를 봤다.

해질녘인지, 혹은 해가 뜨고 있는 순간인지 어스름한 빛 사이로 나비가 들어있는 물방울이 맺힌 박스 2개가 보인다.

일반인인 내가 보기에도 사진 속 분위기는 어두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가인 저자 이용순에게 카메라를 들지 못하는 2년 반의 시간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교도소에 들어가서 보내야 했던 시간이었다.


사진가가 교도소에 들어갈 일이 뭐가 있지?

뭘 훔쳤나?


아니다, 그저 친하다고 생각해서 굳게 믿었던 지인에게 심하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범법적인 것을 부탁할 사람이 아니었다고 굳게 믿었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들어주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법무사씩이나 하는 사람이었기에 의심도 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몰랐었다.

그저 부탁하는 것을 들어주기만 하지 말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을...


그렇게 억울하게 교도소에 들어간 저자는 처음 6개월 동안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자 카메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카메라 대신에 저자가 선택한 표현의 도구는 '글쓰기'였다.


한 장면의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 글쓰기는, 바로 시였다.

사진처럼 자유자재로 단어를 선택해 쓰지는 못하지만, 적당한 단어를 골라 열심히 고민하며 사진처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쓰인 시는 꼭 사진과 같았다.


<카메라 없는 사진가>에서 저자는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 과정과 교도소에서 보낸 2년여의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저자 혼자서 독방을 쓴 게 아니라서 함께 시간을 보낸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게다가 사동을 담당하는 도우미로 일했었기에 교도소에 여러 이유로 들어온 가지각색의 사람들도 보았다.

또, 같이 시간을 보냈던 동료들이 먼저 세상으로 나가는 것도 지켜보았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동료도 있었고, 세상의 먹거리들을 가져와 건네주는 동료도 있었다.


바깥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듯한 교도소에서도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노역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한다.

<카메라 없는 사진가>를 읽으면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몇몇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책 표지의 사진을 제외하면 모두 흑백사진으로 실려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고 주위가 조용해지는 듯하다.

이 책을 쓰면서 찍은 사진이어서 그랬을까.


정말 안타까운 사연으로 순식간에 공범이 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어 시간을 보냈지만,

자유로워진 지금은 못다 한 일상생활을 마음껏 누리시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지 말아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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