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쓸모 -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박산호 지음 / ㅁ(미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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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쓸모>에서 박산호 작가는 여성이 주인공인 17개의 소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중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작품만 꼽아보자면, <스위트홈 살인사건>과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다.

<스위트홈 살인사건>에는 작가가 본업인 세 아이의 엄마는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며 2층 서재에서 아이들이 가져다주는 빵과 커피를 먹으며 타자기로 글을 쓴다. 글을 써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쉼 없이 타자기를 두드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에서 총 소리가 들려온다. 옆집의 안주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엄마는 총소리를 듣지 못한 채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은 바로 세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 역시 흥미로웠지만 박산호 작가는 세 아이의 엄마에게 집중한다. 본인 역시 집에서 번역하고 글 쓰는 업무를 하는 엄마이지만 아이들을 거의 방치한 상태로 업무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부러웠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번역하면서 집에 있으니 아이들도 챙길 수 있고 좋겠다'라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마감이 다가오면 번역에 집중하느라 아이가 하교하는 시간인지, 식사 시간인지 놓칠 때가 태반인데다, 그럴 때마다 배달 음식을 시키곤 하기 때문에 따뜻한 집밥을 먹는 날이 드물다. 그리고 자신만의 2층 서재가 있는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을 소설로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했다고 하니 집에서 일한다고 편하고 여유 있을 거란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에서는 코델리아라는 여성이 탐정으로 등장한다. 작품을 쓴 배경이 1972년이었기 때문인지, 동료들 사이에서도 여성이 탐정을 한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듣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무시당하는 일이 태반이다. 그런 와중에 코델리아는 남성이 주인공인 탐정물에서 자주 나오는 액션씬이 거의 없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탐문을 해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러다가 만난 케임브리지대 역사학과 교수만이 코델리아에게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탐정이나 여성이나 그다지 높게 평가할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어감이 깔려 있어 자세한 것은 직접 소설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1972년이라는 시대에 쓰인 소설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니, 어찌 궁금하지 아니한가!


또, 책을 구입할 때 꼭 부록인 미니북도 함께 구입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받아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록에는 박산호 작가가 책을 읽는 방식과 독서 기록 방법, 기록할 때 사용하는 도구 등이 소개되어 있다. 직접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도 실려있어 박산호 작가의 책상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박산호 작가는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데, 밑줄도 긋고 자신의 필체로 메모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중요 부분이 나오는 페이지는 접어서 표시를 해두고 기록을 하는데, 그렇게 해두고 몇 년 뒤에 다시 펼쳐보면 또 다른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독서 기록을 자꾸 놓치는 나로서는 꼭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소설의 쓸모>는 박산호 작가의 번역에 관한 것, 일상생활, 글쓰기 등 모든 부분을 다룬 수필집이다. 게다가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학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을 다시금 환기 시킬 수 있었다. 17개의 소설 중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니...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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