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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울고 시작할게요!
달다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 표지만 보고서는 정말이지 유쾌한 에세이인 줄 알았다.
편안하게 사는 삶을 그리는 에세이를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쳐들고 바로 눈시울이 붉어질 줄 몰랐단 말이다...
저자 달다는 자신의 인생을 유머스러운 듯 담담하게, 담담하다가도 가슴이 먹먹해지게 풀어놓는다.
나이 든 고양이가 아플 때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고양이를 들쳐업고 버선발로 동물 병원에 뛰어가던 일...
고양이에게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치료가 없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일...
짧은 만화에 이어지는 에세이를 읽으며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져 왔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난 후 문득 꺼낸 옷에 고양이의 털이 한가득 묻어있었을 때...
괜스레 반가워 다른 옷도 뒤져보다가 슬픔에 가득 차 바닥에 옷을 끌어안고 울음을 삼키는 모습은..
같은 집사로써 너무 공감이 가서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일단 좀 울고 시작할게요!>는 소소한 일상에서 주는 잔잔한 여운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임대인의 따뜻함을 온 세상을 포기할 것 같을 때 만나기도 하고,
친구가 별생각 없이 내뱉은 날카로운 말을 조용히 돌려주며 깨달음을 주기고 하고,
너무 조용히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다 놓쳐버리기도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생의 헛헛함이 피부에 닿을 듯한 지금 만난 군고구마 같은 책이랄까.
메말라버린 내 감정을 살살 달달하게 녹여버렸다.
지금 내 삶이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해 보여도 어쩌겠어.
이게 나인걸.
지금의 나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주자.
지금이 가장 소중하니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