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결정 장애를 말하는 것이다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불혹은커녕 미혹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온갖 유혹에 의해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 '미혹'이라는 말을 보고 느꼈던 것은 아름다운 것에 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미(美)'라고 생각을 하니까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미혹은...
국어사전에서 미혹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있다.
미혹(迷惑) : 미혹할 미, 미혹할 혹
말 그대로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정신이 헷갈리어 갈팡질팡 헤맨다는 뜻이다.
그렇다. 나 역시 어떠한 것들에 미혹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무언가를 판매하는데 기한이 정해진 물건이나 필요충분 요소가 그다지 높지 않은 물건이지만 이상하게 끌릴 때가 바로 미혹되기 쉬울 때이다.
구 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인데 고백하자면 이렇게 해서 충동적으로 많은 물건들을 구매했던 적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웬만해서는 그런 물건들을 보면 눈을 감아버리고 귀를 닫아버리는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얇은 귀, 팔랑이는 기에 못 이겨 구매하고 나면 후회가 되고 혹여나 이 물건을 왜 구매했냐고 물으면 지인이 선물로 줬다는 하얀 거짓말을 하곤 했다. 아마 이런 경우는 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부라면 한 번쯤 이런 일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원 역시 불혹이 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속에 꿈틀대는 갖가지 유혹들을 감추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원의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한 번도 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고 허투루 지출한 적이 없는 한결같은 삶을 살았던 원.
한결같다는, 앞으로도 쭉 변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확 뒤집어버리고 싶었고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눈을 딱 감고 지출을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바로 후회를 하게 되지만 그냥 눈 딱 감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그 순간을 설렘으로 만끽하자는 원의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원은 자신을 위해 나비 귀걸이를 산 후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본다.
새로운 곳에 가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또한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겠다는 욕망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실행하는 원의 모습에서 삶의 활력소가 느껴졌다. 그렇다 보니 인생은 즐겁다는 말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사고 싶은 것들에 대해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억지로 찾아내는 것은 그것이 너무나 갖고 싶고 너무너무 사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말에 공감이 갔다. 과연 나는 어떠한가...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억지로 찾아내면 바로 가족일 것이다.
보통의 주부들은 바로 가족이 우선이 되어 나 자신은 자꾸 뒤로 밀려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 역시도 아이나 남편, 부모님이 우선시 되고 나에게는 구두쇠같이 아끼게 되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는 꾸미고 싶고 가지고 싶은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나를 위해 물건을 고르더라도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가질 수 있을 거야라고 마법 같은 주문을 외우고 나의 시선과 나의 몸은 아이 물건이나 남편 물건에 가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을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은 우연히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엄마의 반지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평소에 아버지가 교사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절제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 화려한 반지들을 끼고 다니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 반지들을 하나하나 장만할 때마다 어머니가 느꼈을 행복과 만족함은 본인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마음은 그 누구도 표현할 수 없는 어머니만의 삶이 아니었을까?
원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다 보니 친정엄마가 생각이 났다.
층층 시집살이에 대가족의 살림을 살아야 했던 친정엄마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지만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늘 해외로 전국으로 취재를 다니셔야 했기 때문에 당신을 위해서보다는 며느리로서의 책임과 희생이 따랐던 것 같다. 그런 친정엄마가 이제는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 사고 싶어 하는 것들을 마음껏 하고 계신다. 그때의 보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늘 미안해하시는 아버지.
그래서 아버지는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게 해주시는 것 같다.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절제의 삶? 아니면 제대로 된 나의 삶?
누구나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무언가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지만 못하는 것이 아닌 절제를 하고 있디는 것.
하지만 원처럼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나의 욕망. 그 욕망을 채움으로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해진다면 그 욕망의 모험을 한 번쯤 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만큼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당당하게 미혹에 넘어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 미혹되었다고 해서 미혹된 것을 손에 넣으란 법은 업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내가 손을 뻗는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 그림자에 미혹되었다고 해서 그림자를 가질 수 없다. 그림자를 보고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자. 미혹의 대가는 다양하다. 감정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예전의 나일 수도 있다. 미혹의 대가가 무엇일지는 겪지 않으면 모르고 대가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그래도 억울해하지 말자.
+ 어느 누구도 어느 무엇도 원망ㅇ하지 말자. 내가 미혹되어 달려가는 것, 손을 뻗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다른 이에게, 어떤 상황에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 주어지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말자.
과연 내가 이것 해낼 수 있을까?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며 미혹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미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주어지는 선물이다.
부질없음에 더 미혹될 수 있기 때문에 덧없는 인생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물이 일렁이며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나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 주어지는 선물이 있다면 눈 딱 감고 그 선물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이 책은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출판사 영수 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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