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후 이 작가 뭐지? 하며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필력과 사유하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문장 속에 깊이가 있다.
글 쓰는 작가이지만, 글을 쓰면서도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사람... 그에 따른 혼란은 있지만, 그는 글쓰는 작가임은 틀림없다. 편의점 알바, 호주 워커홀리데이 이야기,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고민, 어둡지만 담담히 적어내려가는 가족 이야기, 공익요원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 등 자신이 생활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거침없이 담아내고 있다. 특히 소외받은 자,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기본적으로 따뜻하다. 문장들 속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마치 은유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닮았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거친 가운데서도 애정이 담겨 있다. 마치 허지웅 씨가 본인의 엄마를 생각하는 것과 닮았다.
나는 하나의 사건이나 생활면에서 깊게 생각하고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이 깨닫게 하고 계기를 만드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이 작가 또한 그러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또 다른 책이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감탄하며 읽은 책이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p. 31
남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믿었고, 자신의 밥벌이를 존중했지만 존경하진 않았으며, 최선을 다해 성의껏 일했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그녀에게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p. 46~47
무례하고 목소리가 클수록 이득을 본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한다 해도 나 까짓 게 어쩔 도리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사회적 경향에 모래알만큼도 기여하고 싶지 않았다.
p. 67
다시 돌이켜봐도, 수요일의 봉사자들은 어려운 노인네 대상으로 우월감을 느끼려 하는 못된 위선자들이었다. 그리고 진심이야 어쨌든 그들이 실제 많은 이들에게 베풀었던 막대한 도움(한 주 빠찜으로 증명했던)은 애써 모른 척하며 줄기차게 냉소만 했던, 정작 자신은 그들이 세상에 기여한 것의 반의반도 하지 못하는, 나는 등신 머저리고 말이다.
p. 71
자신도 모르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엔 노인들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비웃는 우월감이 있었고, 은연중에 그걸 드러낸 것이다. 그들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기 위해서, 글 쓸 줄 아는 게 당연한 세대로 태어나기 위해서 먼지 한 톨만큼 노력도 한 적 없으면서 말이다.
p. 75
누구에게라도 거리를 두고 대하는 것, 굳이 상대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뿐이었으니까.(중략)
취객의 난동 빈도는 여전했지만, 그들이 내 턱 밑에 삿대질해가며 침을 튀겨도 나는 전처럼 상처받진 않았다. 그들은 결코 나에게 화난 것이 아니었으니까. 몇 걸음 물러나서 보니 그들의 혹독한 우울과 외로움, 패배 의식과 상처 그리고 고통이 더욱 선명했다.
p. 131
써낸 글자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내가 쓰고 싶은 것과 남이 읽고 싶은 것이 조화된 원숙한 글을 쓰는 날이 오리라 믿으면서.
p. 201
물론 내 삶의 시작은 저 유리창 넘어 늙은 남자로부터 였고, 특히 초반 20여 년의 그의 그늘 아래서 보호받으며 살았다. 설령 남들보다 부족했다고 할지라도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어떻게든 갚는 것이 인간 된 도리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안다.
아는데, 나보고 뭐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