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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데모 - 데모하러 간다 ㅣ 아무튼 시리즈 63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4년 3월
평점 :
출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튼 시리즈 신간'도, '데모'도, '정보라'도, 죄다 너무 반가웠는데 내심 한 가지 걱정이 있긴 했다.
'라떼'의 데모 이야기면 어쩌지?
'그 시절'의 데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잘 알면서도, '한때 운동권'들의 이야기는 솔직히 그만 듣고 싶은 마음.
하지만 정보라고, 그래도 아무튼 시리즈니, 믿고 읽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걱정했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세월호 참사부터 노동권, 장애인권 집회와 퀴퍼까지.
대구에서부터 우크라이나까지.
서명 받는 일부터 오체투지까지.
'지금-여기'에서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기울게 하기 위해 성큼성큼 나서는, 한 사람의 멋진 '시민'에 관한 이야기.
"(그래서) 데모하러 갔다."
글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 형식이다.
데모하는 이유에 대해 간결하고 담백하게 표현한 그의 문장이 나는 좋았다.
대단하고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마치 '그냥'이라는 말처럼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서. 그런데 다 이해가 되어서.
그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자신이 데모에 참석하여 연대하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규정한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라고. 이것 말고 더 어떤 이유가 있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혼자 통쾌해 했던 부분이 있다.
"나는 이 참사에 책임이 있는 여러 조직과 개인들을 마음속 깊이 저주하고 있다."
고작 한 사람의 저주가 무슨 큰 힘이 있을까 싶다가도, 아니 무려 '저주토끼' 작가님이 저주한다는데... 무척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래서 나도 조심스레 이 조용한 저주와 원한에 동참해 보기로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하늘을 올려다 보며 신나게 기지개를 켠 기분이 든다.
몸과 마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나와 연결된 존재들의 아픔과 기쁨에 흠뻑 젖어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거기에 나 혼자만 있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유토피아를 향해 동지들과 함께 가는 방법은 사실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나는 데모하러 나가서 동지들을 실제로 보면서 땅을 딛고 같이 행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걸을 때마다 조금 더 좋은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치고 힘들어도,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