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내 아이 생애 첫 영어 일기장 - 초등학생 시훈이와 함께 쓴
이상화.이시훈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 집 1호가 영어학원을 다닌 지 3년째다. 듣기는 수능 듣기 평가를 볼 수 있는 정도인데 쓰기는 잘 안되는 편이다. 원래 손으로 글씨 쓰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영어 학원에서 일기를 써 오라는 숙제가 생겼다. 학교 숙제로 쓰는 일기도 안 쓰는데 당연히 쓰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일상을 영어로 적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싫지만 무엇보다 그냥 쓰기가 싫다고 한다.

<10살, 내 아이 생애 첫 영어 일기장>은 '예투투'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Yesterday was Sunday, December 31st, 2017.
Today is Monday, January 1st, 2018.
Tomorrow is(will be) Tuesday, January 2nd, 2018.

저자는 위문장을 보지 않고 말하는 시간이 10초 이상이라면 이 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집 1호는 31st에서 좀 막혀서 더듬거리다가 10초를 넘겼다. 매일 쓰고 있지만 정작 영어로 써보지 않았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예.투.투).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의사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예투투'는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상기시킨다. 우리에게는 실제로 쓰는 말을 영어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첫 발이 중요하다. 즐겁게 몰입했던 몇 시간의 기억이 끝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에서 잘못된 첫 발을 내디뎌 실패해 보았기에 아이와 어떻게 책을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책을 훑어보다 파워포인트에 녹음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번쩍 뜨였다. 우리 집 1호는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을 1학년 때부터 들어왔고 지금은 코딩을 배우는 중이다. 글씨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파워포인트로 일기를 써 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머리말에 나오는 영어 5독법을 충분히 숙지한 뒤 시작했다. 우리 집 반항아 1호는 내 예상대로 처음에는 일기 쓰기를 거부했다. 그렇지만 파워포인트를 실행시키니 표정이 좀 달라졌다. 일단 영어 5독법 세 번째 미션의 지시대로 시훈이의 일기를 똑같이 따라 쓰게 했다. 영어 자판 연습한다 생각하고 쓰라고 했더니 일기는 대충 베끼고 파워포인트 기능을 이용해 일기장 꾸미기를 하고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첫날은 그렇게 일기를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다음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음 날은 첫날보다 일기를 쓰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시간이 조금 짧아졌다. 그리고 어제처럼 그냥 따라서 써보라고 했더니 자기 마음대로 써보고 싶다고 한다. 그날은 친구와 만나서 집에서 놀았던 날이라 (드디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 모양이었다. 사전을 찾아 쓰고 싶은 말을 찾고 그동안 영어 학원에서 배웠던 표현으로 조금씩 일기가 완성되었다. 아이의 상황에 따라 영어 5독법의 순서를 조금 바꿔서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10살이면 이미 엄마 말을 들을 시기는 넘어선 나이다. 엄마도 아이의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책 속에는 자기소개, 가족, 좋아하는 것, 오늘의 기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시훈이의 일기 예제가 수록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 집 1호도 일기를 쓸 때 시훈이의 일기를 참고해서 쓰려고 한다. 1독은 쓰고 싶은 주제에 맞춰 시훈이의 일기를 읽기, 2독은 모르는 단어나 쓰고 싶은 단어 찾기, 3독은 시훈이의 일기를 토대로 나의 일기 쓰기, 4독은 내 일기를 읽고 녹음해 보기, 5독은 녹음된 내 일기를 들어보기. 하루 미션을 5독까지 한꺼번에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시훈이의 일기를 그대로 써서 한다고 해도 처음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완벽주의 엄마들이여,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미션을 완수하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첫 발을 내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부딪히며 영어 공부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영어 읽기는 어느 정도는 가능해야 하고, 컴퓨터를 다루는 기본 능력이 있어야 memory silde를 만드는 활동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엄마표 영어 코칭에 따라 직접 모르는 단어를 찾아 이미지를 선택한 후 녹음 기능을 이용해 스스로 단어장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자기가 경험해서 익히는 우리 집 1호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영어 학원을 계속 다니고 있었지만 영어를 재밌어하지는 않았는데 직접 일기를 쓰고 선생님께 일기를 메일로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니 즐겁게 하는 것 같다.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엄마표로 할 것인가 사교육에 맡길 것인가 고민했던 때가 떠오른다. 우선 엄마표로 전부 하려면 힘이 들고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사교육을 선택했다면 아이의 상태에 대한 관심을 갖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엄마표로 보충해 주면 된다. 이 책의 엄마표 영어 코칭에 대한 여러 가지 활용 방법이 유용할 것 같다.  아이와 일기를 함께 써보며 학원 선택이 끝난 후에는 학원에 100% 맡겨 놓았던 것을 반성했다. 하루 한 시간 영어 일기 쓰기로 아이와 교감하며 언어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아이와 일기를 쓰다 보니 나도 영어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한 번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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