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탄생 -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
알렉산더 데만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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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란 무엇인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지금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며
무도 아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도 모른다

<16일간의 세계사 여행>으로 세계사가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던 알렉산더 데만트의 신간 <시간의 탄생>이다. 유럽 역사학계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서양인이 그린 세계사임에도 동양에 대한 공정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그만의 다양한 지식을 토대로 철학자에서부터 동화 작가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대한 깊은 지식과 통찰력을 보여준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나무 위키에 나온 시간의 정의는 과거로부터 출발해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비가역적, 연속적이며 무한히 계속되는 사건과 존재의 흐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는 선형적인 개념으로 치부되었던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거쳐 현대에는 심리적 주관적인 개념으로 다양하게 인식되고 있다.  

354년에 만들어진 필로칼루스의 점성학 달력에서는 캘리그래피로 적힌 요일을 볼 수 있다. 왜 필로칼루스의 달력이 책 표지로 썼을까?  그것은 시간이 어떻게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유의미한 대답을 준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시간을 지배하고 싶어 했다.

지난해 상영되었던 영화 <컨택트>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의 비선형적인 문자로 소통하던 중에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보게 된다. 이것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개인의 인식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로점을 칠 때 뽑는 세 개의 카드에서 각각의 카드가 의미한다는 온전한 과거, 현재,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순수한 현재는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현재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로만 존재한다.'라는 저자의 말은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 준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며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오늘날까지 유효한 시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 것은 기독교를 통해서였다. 공통의 시간 개념이 생긴 것도 종교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한 날 한 시에 같이 예배를 드리는 것은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며 국제적으로 공통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기독교 선교의 핵심이었다. 또한 신을 위한 축제를 계승하기 위해 달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수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뉜 서력기원, 프랑스 혁명 후에 사용된 혁명력, 무솔리니가 만든 파시즘의 기원, 나치의 나치 연도 등 기원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었다. 1994년 북한이 행한 달력 개혁은 1912년 김일성의 출생 연도를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연도를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적인 부분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시작되었다.

모래시계와 물시계가
흐르는 시간을 증명하며
우리의 삶에서 한정된 시간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영원히 돌아가는 시곗바늘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간의 느낌을 우리에게 안겨다 주며
영원한 움직임을 상기시킨다. 216

시계태엽은 노동 사회에서 분할을 조직하는 조절장치가 되었다.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활발하게 이루어진 교육이 시작된 맥락과 같다. 지배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자는 기계를 조작하는 매뉴얼을 익히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보급되었다.  시간이 개념 역시 노동 사회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자기 계발서 목록만 봐도 시간에 맞춰 일정량의 생산량을 생산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간에게 시간의 정의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삶의 방식과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억 자체를 계획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를 지닌 지식들을 망각하지 않고 보존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을 원하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정치적 종교적 목적으로 획일적 일방적인 방식으로 정의 내렸던 시간의 개념을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나만의 시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을 주는 <시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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