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수업 - 나를 돌보는 게 서툰 어른을 위한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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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안전 기지가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나만의 안전 기지가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겨도 의지할 수 있는 대상, 어떤 경우에도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안전하다 느끼고 거리낌 없는 곳.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받아줄 것 같은 부모의 품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볼 것 안 볼 것 다 보여 준 어릴 적 친구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 책 '나를 돌보는 게 서툰 어른을 위한 애착 수업'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에 대한 걱정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는 나만의 안전 기지가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안전 기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 리더의 죽음은 사람에게 돈이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시사한다.  누나와 엄마의 행복을 위해 살았던 그에게 안전 기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중에게 맞춰진 이미지로 살아가야 하는 연예인들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대중이 알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중압감에 살아간다. 일반 사람들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 저자는 애착 기반 접근법으로 본인의 안전 기지를 강화해 회복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온전히 내 모습을 받아 줄 사람이 있다면 내 모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안전 기지가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안전 기지의 필요성은 더욱 간절해진다. 애착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은 육아서나 육아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는 문제다. 공감을 받아본 적 없는 부모는 아이의 슬픔에 공감할 수 없다. 수많은 심리학 책을 읽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애착 문제에 대해 저자는 안전 기지가 되기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방법을 제시해 줄 필요도, 꾸짖음도, 질책도 필요하지 않다. 또한 곤란한 문제가 생겨 도움을 요청할 때 즉시 받아주고 피신할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이상적인 안전 기지라 할 수 있다.

안전 기지를 생각하다 영재발굴단에 나왔던 이소연 자매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피아니스트인 언니와 가수를 하다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소연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고 사랑해주는 아버지 덕분에 상처받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믿고 위로해 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삶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때때로 우리들의 사랑은 동상이몽이다.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서로는 잘 느끼지 못한다. 힘겹게 용기를 내어 다가갔을 때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바뀔 때가 많다. 이 책의 마지막 7장 ‘상처받은 애착에서 벗어나기’에서는 다른 심리학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역할극, 롤플레이, 마인드풀니스, 단기 멘탈라이징 관계 요법, MBT 등 여러 방법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방법은 내가 누군가의 안전 기지가 되어 주는 것이었다.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누군가의 안전 기지가 되어 주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 안전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아이돌의 죽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는 노래 가사로 자신을 위로했지만 결국 삶의 목적까지 갖게 해 주지는 못했다.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위로와 공감이다. 혼밥이 흔해지고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나날이 높아지는 나 홀로 시대, 누군가에게 얽매이거나 얽혀서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안전 기지가 되기 위한 열 가지 원칙>
1. 안심할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한다. (있는 그대로)
2. 질책하지 않는다. (믿는다)
3. 전혀 꾸짖을 수 없는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완고함과 강인함)
4. 원하면 응답하라. (즉각 반응)
5. 기분이나 몸짓, 목소리 톤을 낮춘다.(듣는 자세)
6. 상대방이 원하는 반응을 보인다. (어울리는 반응)
7. 맞장구, 반복, 의문사의 힘. (함께 있어줌)
8. 원하지 않을 땐 조언하지 않는다. (원할 때만)
9. 변명하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에 집중)
10. 불필요한 조언을 하는 대신 가만히 들어준다. (그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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