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라는 책을 첫아이를 낳고 읽었다. 그 후 김미경 강사는 내 꿈 찾기의 멘토가 되었다.  그런데 EBS에서 하는 강의를 듣다가 '아이를 맡겨서 기르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친정엄마 찬스를 적극 활용하라'라는 부분이 내내 불편하더니 학력 위조 사태에서 끝을 보고 결국 마음에서 멀어졌다.  그녀의 입담은 언제나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마음 저 편까지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아이 엄마로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다시 그녀가 내게로 왔다.  책 제목만 보고 선택했는데 저자를 보고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아이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심장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데 내 앞에 의사가 있다면 의사의 자질 따위는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나 좀 살려달라고 바지단을 잡고 마지막 힘을 내어 매달릴 것이다.

뜬눈으로 밤을 새워 책을 읽고 느낀 점은 그녀도 엄마로서 성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관차처럼 앞으로만 달려가지 않고 주변과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인생길을 음미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여유가 책 표지 사진의 얼굴과 옷차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늘 카메라 앞에 섰을 텐데 이제서야 자신의 옷을 입은 듯 편안하다. 취미로 시작한 재봉을 위해 밀라노까지 가는 불같은 열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자존감 공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아이의 탄생은 자존감의 토대가 된다. 탈 없이 잘 태어난 아이의 탄생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엄마라면 누구나 처음 내 품에 안겨있던 작은 생명체의 경이로움을 경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쁨의 자리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게 된다. 그 순간을 마음속에 늘 그려본다.

둘째, 작은 성공의 경험(small-win)을 갖게 한다. 죽음의 관문을 통과한 아이는 저절로 자라나지 못한다. 가장 좋은 양분은 엄마의 공감과 주관적인 해석이다. 아이를 믿고 신뢰하는 해석을 할 수 있으면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내어 자라게 된다. 20살이 되기 전에 뭔가에 흥미를 갖고 알아가며 몰입해서 얻는 자신감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0.1씩 모아서 100을 만들어라. 이것은 엄마인 내게도 필요한 말이라 열심히 밑줄 긋기 하며 읽은 부분이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준비된 실력 50에 실전에서 쌓는 50이 더해져 100이 된다. 흉내라도 내봐야 나머지를 채울 수 있다. 돌다리만 두드리다 결국 건너지 못한 일들은 실전 쌓기의 두려움 때문이다.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은 없다. 유능하게 보이는 그들도 나와 같은 때가 있었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말들이 많았지만 ‘자신감은 정서적인 언어가 아니고 육체 언어다’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현시대의 아이들에게는 몸과 시간만으로 뭔가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애들은 한 뼘씩 자라는데 너는 왜 제자리에 있냐고 다그치지 말자. 키가 자라지 않는 순간에는 부피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하 10층까지 내려가 버린 아들을 위해 11층 밑으로 자신의 기대를 낮춘 그녀의 지혜는 읽을수록 빛났다. 어디에 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깊이는 곧 높이가 된다.

나는 오늘 어떤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는가? 나는 어떤 메시지를 아이에게 주고 싶은가? 밤새 책을 읽고 오전에 설거지를 하는 대신 아이를 좀 더 바라보고 웃어 주었다.  인성이 바르고 고운 아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조차 충실하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엄마의 욕구를 다 내려놓고 아이만 바라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몸과 마음이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는 곳은 엄마의 어깨여야 한다.  다시 내게로 와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엄마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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