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공부법 강의 - 유네스코 선정 21세기 개혁교육 모델, 발도르프 학교에서 배운다
르네 퀘리도 지음, 김훈태 옮김 / 유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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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교육'이란 단어를 풀어 보면 '갈다'와 '치다'의 합성어이다. 그리고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고 소중한 것을 골라낼 수 있는 선택력 또는 판단력을 갖도록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발달이란 인식의 성장뿐 아니라 존재의 전인적 성장을 뜻합니다.'라는 저자의 서문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교육의 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발도르프 공부법 강의(르네 퀘리도 지음, 김훈태 옮김, 유유 펴냄)'는 발도르프 교육의 권위자인 저자의 오랜 연구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도르프 교육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입문서다.

과거 농경사회 교육은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기계를 작동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했던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가 흘러넘치는 정보화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아이들이 진정 가치를 두고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AI보다 많은 지식을 저장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환경 속에서 교육받았을 때 발현되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책은 발도르프 공부법을 통해 인간이 교육으로 이루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인지 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창한 교육 사상 및 실천으로 독일에서 시작된 대안교육의 일종이다. 1996년에 열린 세계 교육부 장관들의 회의에서 21세기 교육 모델로 선정되며 주목받게 되었다.  몬테소리 교육법처럼 한동안 엄마들 사이에 붐이 일었던 교육법이지만 세부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발도르프 교육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발도르프 공부법의 정수만을 담았다.  

아이들이 모방할 만한 환경을 선별하여 조성해 준다는 것은 생의 초기 경험을 중시하여 조기 교육을 강조하게 만들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장과 같다. 인간 행동이 외적 환경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행동주의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인간관을 가졌던 인본주의자 입장까지 교육심리학의 모든 개념을 아우르면서 인간으로서 지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교육 방침이 무척 인상적이다.

발도르프의 학제는 8년간의 담임 과정과 4년간의 상급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8년 동안 담임교사 한 명에 의해 수업을 받으며 경이로움, 감사함, 책임감을 배운다. 거친 충동과 이기적인 욕구를 자아실현의 동기로 만드는 작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저학년 때는 예술 교육을 통해  내면의 본능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지리 수업으로 지구의 섭리와 풍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기른다. 수학 역사 지리 물리 화학 등 인문학 분야를 분리해서 가르치지 않고, 역사를 철저히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 참된 교육의 목적인 자아와 책임의 결합을 경험하도록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4원소설에 입각해 아이들을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의 4가지 기질로 분류하고 기질에 맞는 교육방침을 만들어 다양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이 조화로운 삶을 이루게 한다는 목적을 가진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인간은 AI보다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없다.  인간의 교육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서로에게 책임감을 갖고, 세상의 기원이 되는 지구 속에서 살아가는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발도르프의 공부법을 읽어 보니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경제력이 신처럼 떠받들 여지는 현대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타인에게 기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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