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나쁜 한마디 스콜라 어린이문고 24
다카다 게이코 지음, 사노 요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그 애가 나빠!
정말로 나빠!
진짜 나빠!
나빠 나빠 나빠
저 애가 나빠
정말로 나빠
진짜로 나빠
나빠 나빠 나빠
저 딴애 싫어
다시는 안 놀아
다시는 말 안 해
다시는 책도 빌려 주지 않을 거야
메롱
메롱
어디로 가 버려
하늘로 날아가 버려
별에 걸리고
바닷속으로 떨어져 버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짱구 대가리!
p.192

 

"엄마, 우리 선생님도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책을 다 읽고 아이가 처음 내게 건넨 말이다.  우리 집 1호는 3학년이 되면서 학교생활이 힘들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학급 임원이 된 것이고, 다른 이유는 새로운 담임 선생님 때문이다.  1,2학년 때 만났던 선생님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적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학급 임원의 책임감의 무게는 그동안 천방지축 마음대로 살았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가나코의 4학년 담임 우에다 선생님은 딸아이의 선생님과 많이 닮았다.  또 집에서 선생님을 담당하고 있는 나를 닮았다.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호소노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지금 내 딸과 닮은 가나코.  구로다 데쓰야의 친구다.  가나코와 데쓰야의 4학년 담임 선생님인 우에다 선생님은 애들 말로 노잼이다.  자각이나 인식이라는 어려운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정작 열어 보면 알맹이는 없는 텅 빈 선물 상자 같다고 해야 할까.  떠든 사람 이름 적기, 복도에서 쉬는 시간에도 뛰지 않기, 수업시간 5분 전에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하기(준비가 안되어 있을 때는 반에서 휴지를 5개 주워야 하는데 임원은 10개다) 등 엄격한 생활 습관과 규칙을 강조하는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너도 가나코만큼 힘들었겠구나.'

아이들과 선생님의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던 반에 사이토 레이스케가 전학을 오면서 학급 분위기에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레이스케는 일명 전학족으로 부모님의 직장을 따라 학교를 옮겨 다니는 학생이다.  그는 학부모 공개 수업 때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우에다 선생님을 도발할 만큼 발칙한 학생이었다.  평소 가나코가 끔찍이 싫어하는 선생님이었지만, 레이스케 행동은 가나코가 선생님에 대해 가졌던 일방적인 생각을 다시 하는 계기가 된다.  규칙이 많은 선생님 반의 임원은 다들 꺼린다.  선생님의 기지로 다행히 임원 선출 사건은 수습되었지만 더 큰 사건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나코의 친구였던 데쓰야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던 선생님의 한마디는 그의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가나코와 친구들은 과연 파란만장한 초등학교 중학년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잔잔한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에 개구리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나쁜 말은 어떤 것일까.  집에서 선생님은 엄마라고 주장하는 나의 경우에는 욕을 하거나, 비아냥거리거나, 거짓말이 나쁘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아이들에게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떤 말이 나쁜 말일까.  이쯤에서 데쓰야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던 말을 나도 아이들에게 자주 하고 있음을 고백해야겠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던 데쓰야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가진 상처의 크기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잘나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지.  레이스케가 있었다면 나 역시 그 아이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을 텐데.  점점 고민이 많아지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줄고 있는 초등학교 중학년.  그들의 비밀스러운 학교생활과 고민을 투명인간이 되어 낱낱이 알아가는 재미와 한 집안의 선생님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선생님의 나쁜 한마디>.  선생님의 나쁜 한마디는 무엇이었을까 여러분들도 상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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