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철학 - 철학 문외한도 쉽게 읽는 철학 명저 50
히라하라 스구루 지음, 이아랑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http://blog.naver.com/ly6262/221041991485

 

행복이란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요,
인간 존재의 총체적 목표이자 끝이다. - 아리스토 텔레스 -

또 철학 책이다. 올해 읽은 철학 책은 모두 '처음'으로 시작하는 책 들이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철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할 것 같은데  또다시 원점이다.  왜 그럴까?  저자는 철학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이유로 진리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나의 명제가 철학이 되기까지 수많은 명제들이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과정을 거쳐 훌륭한 명제만이 살아남아 철학이 되었다.  오직 인간만이 지식의 확장과 계승으로 생존력을 증대시켜고 발전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세계는 더 이상 새로운 철학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할까?  멀리 세계까지 나가서 살펴볼 필요 없이 지금 내 삶이 행복한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행복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쫓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나 타인의 인정에 목메어 바쁘게 사느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철학자들의 생각에 감탄하고 공부를 한다는 기분 좋은 지적 유희에 그치고 있었을 뿐, 철학을 공부하려는 목적의식의 부재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철학의 '처음'에서 단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진짜 이유였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 임승수 씨는 철학 책을 읽고, 인생의 관점을 '돈'에서 '시간'으로 바꾸고 나니 자신의 삶이 모두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철학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며, 무엇을 고민하며 살아가야 할까.

 

 

 


바쁜 사람일수록 인생은 짧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p.72

 

 

늙어 빠진 어른이 마련해 놓은 개똥철학을 부정하고 전혀 새롭고 싱싱한 자기만의 삶의 의미를 얻어내기 위해 직접 인생에 부대낄 생각은 꿈에도 안 한다. <휘청거리는 오후 -박완서>

 

 

자신의 삶에 침을 뱉으며 살 것이냐,
이상과 타협하면서 '좋은 삶'을 만들며 살 것이냐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은 인간의 본성을 읽어내어 정치 제도가 갖춰야 할 형태를 구상했다.  그리고 홉스의 <리바이어던>으로 신 중심의 국가관이 극복되었다.  전통적인 종교와는 다른 접근으로 보편적인 선의 근거를 찾았던 스피노자, 기독교적 가치체계 대신 영원 회귀의 세계관을 제시한 니체까지,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시대의 세계상을 고려하여 도출된 원리를 공유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었다.  특히 삶과 행복이라는 연결 고리로 철학자들의 사상을 살펴보니 한결 이해하기가 쉬웠다.  지금의 시대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극한에 치닫고 있다.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논했던 것처럼 인간 계급 피라미드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 불평등한 사회 속에 살게 된다면 삶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며, 악전고투하는 삶에서 내가 얻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롭고 싱싱한 나만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직접 삶 속에 뛰어들어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철학자들과 함께하니 보다 쉽고 외롭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존재한다'와 '존재할 수 있다'

철학 명제 50선을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잘라 낸 <처음 만난 철학>은 철학의 맛과 내게 맞는 입맛을 단숨에 파악하게 해주었다.  그중에서 하나의 의미로 파악하고 그것을 재구성하려고 했던 메를로퐁티 <행동의 구조>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며칠 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화제를 일으킨 이효리 씨의 말을 연상시키며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쨌든 저에 대한 욕심은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냥 그게 제 욕심인 것 같아요. -이효리-

 

 

행동은 상황 안에서 구조화된다. 행동은 그 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 인간은 '지금 존재하는' 행동의 구조를 '존재할 수 있는' 구조로 목표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인간 행동의 본질이다. p.311

 

 

관심과 욕망이 지금 존재하는 행동의 구조를 변화시킨 과정은 지난해 겪었던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 선출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몇 달 동안 촛불 혁명이 이루어낸 성과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삶과 사회를 바꾸는 원리는 오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안에 내재된 그 원동력이 발견되기를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엇인가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철학은 어렵다는 고정관념과 고달픈 내 삶의 터전과 무관한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깨뜨려 준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저자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필로소피 가이드>를 구글에서 찾아보았다.  번역기의 번역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철학자들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어 언제 어디서나 철학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제 철학의 한 계단에 비로소 올라선 기분이다.  내 행복을 넘어 타인의 행복을 고민할 때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  나도 이제 철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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