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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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통령에서 식물 채널러로 돌아온 이외수


백량금.  예전에 다니던 화실 이전 선물로 화원에서 추천받았던 식물입니다.  돈이 많이 들어오게 하는 식물이랍니다.  백량금은 일 년에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보통 때는 백량금, 꽃이 피면 천량금, 열매가 열리면 만량금.  최소한의 햇빛과 물에도 자생하는 생명력 강한 식물이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소심하며 발육이 늦습니다.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의 캡틴, 170cm 말더듬이 은둔형 외톨이인 채널러 정동언 씨의 분신과 같은 식물이자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문 대통령이 내건 슬로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말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법이 남발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현시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적당히 비겁하고, 불량하고, 야비해야 살아남습니다.  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에 더 큰 분노를 느낀다고 남송 시대 유학자 육상산은 '불환빈 환불균'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불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지녔기 때문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렸지만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끔찍한 사건의 중심에 언제나 인간이 있는 것을 보면,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 차고 넘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이 시대에  가진 것은 돈과 시간 밖에 없는 캡틴 정동언씨는 할아버지가 일제 앞잡이 노릇으로 축적한 재산으로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악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응징하기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냄비 근성으로 유명하다.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순식간에 식어 빠진다. 아무리 뼈저리고 아픈 기억도 식어 빠지고 나면 다 잊어버리고 만다. 현명한 놈들일수록 원칙이니 양심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을 불편해한다.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불량하고 적당히 야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1권 p. 175


캡틴이 채널링을 하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수목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들의 눈을 통해 보복 전문 대행 회사의 작업 대상과 벌이 결정됩니다.  그들은 때때로 죄를 벌하기에 그치지 않고 작업 대상자와 고통을 함께 나눕니다.  고양이 머리에 대못을 쏘는 유익현의 죄를 벌하기 위해 그가 어릴 때 심었던 대추나무는 스스로 빙의목이 됩니다.  그리고 그와 고통을 나누고 그 속에 맺어진 산물을 함께 나눕니다.  따뜻한 가슴을 가져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은 고통을 나누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대한 고통을 겪지 않으려 발버둥 칩니다.  식물들은 왜 죄지은 인간들의 고통을 나누기를 자처하는 것일까요.





수많은 것들을 사랑할 때, 수많은 것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당근을 줘야 할 때 채찍을 주고, 채찍을 줘야 할 때 당근을 주는 소통 부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해법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불난 집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지만, 정작 불을 꺼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 집이 자신의 집이라면 불난 집에 불구경 하듯 바라볼 수 없을 것입니다.   성장을 목적으로 한 4대강 사업은 강을 시궁창으로 만들었습니다.  녹차라테로 변해버린 강물을,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는 그 물을 돈 때문이라면 서슴없이 마시는 이는 인간뿐입니다.  이외수 작가는 위암 투병생활 중 항암작용을 하는 무색무취의 약물을 넘기는 순간 물밀듯이 구역질이 났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녹차라테처럼 변한 강물을 의식의 연가시로 인해 착각하며 들이키고 구역질을 하는 장면은 항암제를 마시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의 처방전으로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암덩어리 같은 욕망은 치유될 수 있을까요?  
신은 죽고 천사는 사라져버린 시대,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의 캡틴 정동언씨는 동녘에 떠오르는 희망입니다.  강물을 마시고 구역질하는 인간을 보고 통쾌하기만 했다면 아직 거수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입니다.  선행은 모래 위에 쓰여 물이 지나가면 그대로 사라져 버리지만, 반대로 악행은 바위 위에 쓰여 대대손손 영향을 미칩니다.  내가 심은 씨앗이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생명체와 조화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결국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얼음 속에 갇힌 개구리들입니다.  현미경 같은 눈과 망원경 같은 마음 씀씀이가 필요한 지금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의 일원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사막을 걷고 있는 캡틴님의 손바닥 위에 내가 얼음 한 덩어리를 올려놓겠네. 그 얼음을 들여다보시면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 있네. 사막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얼음이 녹고 있네. 하지만 얼음이 다 녹으면 개구리는 탈출할 수는 있지만 결국 말라죽고 말걸세. 그 개구리를 살려야 하네. 사막일세. 어떤 경우에도 주어진 상황과 조건을 바꾸지 말고 개구리를 살려야 하네.
2권 p.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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