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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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일체의 믿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야. p.83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책 중 제대로 읽은 책은 <개미> 한 가지다.  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이자 내게는 마지막 작품이 된.  <개미> 이후 출간된 <타나토노트>도 대충 읽긴 했지만 <개미>의 신선함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 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름을 걸고 나오는 작품은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호기심에 읽기는 했지만 끝까지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잠>은 표지 그림에 대한 호기심에서 읽게 되었다.  얼핏 보면 잠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모습이 '잠'의 속성과 중첩된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잠에 빠져드는 것일까.  잠을 일부러 청하는 것일까.

 

 

입면 후 1단계 아주 얕은 잠을 지나 2단계 얕은 잠, 3단계 깊은 잠, 4단계 아주 깊은 잠, 5단계 역설수면까지 지금까지 밝혀진 잠의 단계 이후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경 생리학자 카롤린 클라인 교수의 아들 자크 클라인이 잠 속 모험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계기가 1권의 주요 이야기다.  태어날 때 부모의 소망이었던 개척자, 탐험가의 삶은 그의 앞 날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꿈속의 개척자이자 탐험가가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한 사람의 영웅이 태어나기까지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필연성과 당위성을 위한 사소한 사건들은 잠의 세계를 정복해야 하는 사람이 왜 '자크 클라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깊은 잠의 세계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과 맞서기 위한 영웅의 유년기를 1권에서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생명은 모두 여기서 벗어나 자신을 확장하고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발견하려고 하지. 한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체계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되거든. p.41

 

 

역설수면 뒤의 꿈의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자크의 엄마이자 신경 생리학자 카롤린 클라인 교수는 비밀 프로젝트 중 발생한 사망 사고로 자크와 연락이 끊긴 채 사라진다.  사라진 어머니의 곁을 우연한 인연들과 방탕하게 보내던 그의 꿈속에 미래의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JK48이 등장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그의 꿈속에 등장한 JK48은 어머니의 위험을 알리며 말레이시아의 꿈의 민족 세노이족을 찾아가야 한다고 한다.  

 

 

꿈은 새랑 비슷해. 날아가기 전에 붙잡아야 하지. p.55

 

 

비운의 개척자의 운명을 거스르고 회피하려 할수록 운명은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역설수면 후에 만나게 되는 JK48은 곧 내재될 나의 모습, 데미안을 연상시킨다.  쥐스틴의 아파트에서 약물에 중독된 자크는 조화 속에 살던 싱클레어가 두 세계에 대한 갈등으로 금지된 구역에 들어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새, 먼저의 세계를 파괴하고 나온 새,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신, 아프락사스를 자크는 만날 수 있을까.  수많은 눈 깜박임의 연속체, 끊임없는 배경의 변화에 불과한 삶 속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무의식의 세계는 영감의 원천이자 내가 도전해야 하는 또 다른 세계다.  가장 힘든 모험은 나를 탐험하는 것이다.  실패도 성공도 내가 상상하는 그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내게 내재되어 있는 모든 믿음을 부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개척자와 탐험가로 자라기를 소망했던 자크의 운명은 비운이었을까.  행운이었을까.  그의 도전과 비상을 기대하며.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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