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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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명원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저자 최진식 교수를 통해 알게 된 예술 혁신 학교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도 건명원에서 했던 강의를 엮은 책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Tvn <어쩌다 어른>에서 뇌과학 박사로 소개된 후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치른 김대식 교수.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이자 건명원의 과학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뇌는 우리의 ''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은 결국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아이를 가진다는 사실이 삶의 의미가 된다고 한다. 나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의 숙제이자 숙명인 것이다. 내가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데 삶의 의미까지 찾아야 하나? 헬조선 N포 세대에게 지금 한국에 태어난 사실만으로도 회의감과 짜증이 밀려온다. 실제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을지라도 자신은 그렇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인간을 설득하는 방법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가장 설득력을 가진다. 신비한 뇌의 비밀은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마저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뇌에 대한 연구를 했던 수많는 과학자들의 실험과 그 결과는 앞으로 나의 뇌를 어떻게 프로그래밍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겨준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결국 뇌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자연이 내준 숙제를 끝낸 지금, 왜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지에 대해 자문해 볼 수 있었다. 유튜브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면 뇌과학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갖게 해주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삶의 해상도에 관심을 가져라

 

 

과거를 정량화하여 현재와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로 바꾸는 사고과정을 추론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그런 추론 능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온전한 삶의 기쁨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실험자가 나타날 때마다 곁에서 사라지는 친구들을 본 실험실의 원숭이는 실험자가 자신에게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추론하고 두려워했던 반면에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은 현재에 머물러 있지 못하는 뇌의 사고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인간의 추론 능력으로 세상은 발전하게 되었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양면을 가진 동전처럼 인간은 고통과 결핍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를 사면 컴퓨터 안에 세팅되어 있는 기본 프로그램처럼 고통과 불안이 인간에게 부수적으로 존재하는 부속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았을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결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이나 카메라의 해상도에만 관심을 갖는 현대인들이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삶의 해상도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이 책을 통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뇌(또는 자아)의 매뉴얼을 살펴보았다. 가전제품을 살 때 어떻게 작동되는지 가장 먼저 살펴보던 것을 우리는 이제야 조금 들춰보게 된 것이다. 우리들 뇌가 예측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면 영원불멸의 꿈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존재는 뇌에서 만들어지므로 뇌의 정보를 읽어(브레인 리딩) 다른 뇌로 심어주면(브레인라이팅)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그러나 몸은 사라져도 머리 이식을 통해 나라는 존재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고 놀랍고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삶은 인공지능을 눈앞에 둔 우리 세대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볼 때면 과학 책 같기도 하고, 삽입된 삽화나 그림을 볼 때면 미술책 같기도 하며, 존재, 의미, 영생, 영원이라는 말들을 보면 철학 책 같기도 하다. 사실 인간의 삶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창조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관장하는 뇌를 다루는 책에서 그런 것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기계발서에서나 내놓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도 그 의미와 목적은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왜 과학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목적을 가져다준 책. 그리고 무엇보다 예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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