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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금보다 5배 이상 버는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사업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릴때부터 주식과 빚은 집안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학과는 회계학과, 사회 초년생일때부터 청약, 보험저축, 적금 등 남보다 일찍 금융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뜰하게 살았지만 어릴 때부터 듣던 얘기 때문인지 주식을 해봐야겠다 하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도 주식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미용실에서 아줌마들이 증권 방송을 보며 전화로 매수, 매도 주문을 넣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미용실은 아날로그 현실에서 빅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는 곳이며, 현재 화재가 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단시간 내에 알수 있다. 차트를 보며 고민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거래할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머리를 매만지고 잡지를 보다가 거래를 하는 모습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특별히 돈이 많아 부담이 적어서도, 많은 정보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하는 것처럼 이미 일상생활에 가까운 일이었다.
회계 천재 홍대리 시리즈로 유명한 손봉석 회계사의 초보자들을 위한 주식 책이다. 홍대리 시리즈는 적립식펀드 열풍으로 일반인들도 기업의 재무상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회계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기있던 책이었다. 회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쉬운 책은 추천하기 힘들 정도로 회계에 관한 전반적인 개념과 내용을 소설책처럼 아주 쉽게 설명해 놓았다. <나는 적금보다 5배 이상 버는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역시 홍대리 시리즈처럼 등장인물은 없지만 아주 쉽게 읽힌다. 저자 스스로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 예비 주식 투자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이며, 주식 투자의 최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무엇인가 시작할때 최소 5권 이상의 책을 읽고 시작하자는 주의라서 펀드를 시작할 때도 많은 책을 읽고 시작했다. 하지만 책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내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면 책 선택에 100% 실패한다. 이 책은 주식 선정이나 평가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주식투자를 시작해야하는 이유와 주식 선정의 기준 등 주식을 하나도 모르는 일명 '초짜'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주식으로 큰 돈을 벌어 보겠다는 사람보다는 소극적 잠재 투자자들이 주식에 입문 해야만 하는 이유와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담고 있다. 알면 알수록 더욱 시작하기 힘들어지는 것이 주식 투자라고 했던가. 돈 모으는 것을 보수적으로만 운용하는, 몇 년째 돌다리만 두드려보고 있는 사람들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방대한 정보를 생략한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선택지는 많아져 결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어쩌면 한 번쯤 들어봤을 뻔한 얘기지만 안정적으로 주식을 운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는 듯하다. 비전문가의 한계치를 미리 설정해주니 펀드 열풍으로 잠시 간접투자에 살짝 발 담궜다가 직접투자는 몇 년째 망설이고 있는 나도 '진짜 한 번 해볼자' 하는 생각에 이르게 해주었다.
이 책의 가장 유용하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외국인 동향을 관찰하는 방법이었다. 외국인들의 자본에 주식의 등락이 결정된다는 것은 주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이지만 하루 거래량만 봐서는 동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의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듯 쉬워보이면서도 꾸준히 분석하고 지켜봐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웠다. 적립식 펀드 열풍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재테크 카페들 속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펀드는 큰 손실없이 상환했다. 펀드 열풍은 지나가고 수많은 전문가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길 잃은 투자자가 되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수 밖에 없다. 책 뒤에 첨부된 참고서적을 몇 권 더 읽어보고 여유자금으로 조금씩 투자를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