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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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 할 것이다'라는 비극적인 운명에 저항하지만 결국 굴복당하고마는 오이디푸스처럼 운명은 피할수 없는 것인가?  미래를 전부 기록한 <세월의 책>을 읽는다면 나의 자유의지는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책장을 덮는 순간 두 가지 의문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이야기에 뭔가를 더하거나 뺄 수는 있겠지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다.   내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모두 알고 있다면 과연 내 의지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모습이 떠올랐다. 




<어바웃 타임-출처 네이버 영화>


마치 빅데이터의 집합체처럼 보이는 햅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똑같은 과거여행을 하면서 다른 경험을 했던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의 모습은 노파와 여인의 모습을 한 그림을 동시에 볼 수 없는 우리 인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노파를 봤다면 노파를 그린 그림이고, 내가 여인을 보았다면 여인을 그린 그림이 된다.  <세월의 책>을 봐서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나를 통해 형상화되기 전에는 그저 의미있는 사고에 불과한 것이다.  내뱉기 전에는 그저 머리속에 머무르는 햅타포드들의 수행언어처럼 말이다.



자유의지의 존재는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지유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의지란 의식의 본질적인 일부인 것이다. 210p


미래를 안다는 것과 자유의지는 양립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218p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230p


태어날 아이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알고 있다면 나는 아이 갖기를 원할까?  <어바웃 타임> 영화 속 주인공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똑같은 과거 여행을 거듭해보며, 결국 미래를 바꾸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같은 상황에서 여인을 볼 것인가, 노파를 볼 것인가.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었던 체경(looking glass)은 거대한 거울이다.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매일 다르게 보이는 거울.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지금껏 숱하게 읽어 왔던 인생이야기를 과학적이고 물리학적인 접근법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과의 소통을 통해 테드 창은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철학과 과학, 문학의 경계면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2004년 초판에 이어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콘텍트/ARRIVAL>라는 이름으로 2016년 영화화 되면서 재출간 되었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 상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함께 수록된 8가지 단편중에 <이해>, <지옥은 신의 부재>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해>에서 보여지는 초지능의 모습은 영화 <리미트리스>에서 신약 복용 후 인생이 바뀌는 주인공의 모습과 약간 비슷해서 원작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는데 따로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하니 기대해 본다.  중국계 이민2세라는 출생이력과 1990년 등단 후 지금까지 발표한 중.단편이 15편에 불과하지만 각종 상을 휩쓴 독특한 이력에 걸맞게 책 내용 또한 매혹적이다.  우리 세대가 가장 기다리던 책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2017년 초 두 번째 작품집이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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