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나방]은 헤르만 헤세가 1911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이 그림책으로 출판된다는 소식에 기뻤다. 처음 책을 읽고 공작 나방을 찾아보았을 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등골에 소름이 돋아 희귀한 생물이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책을 보니 다시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이상도 하지. 그 어떤 것보다 나비를 보면, 아주 생생하게 어릴 때 기억이 되살아나니 말이야.”
주인공 하인리히 모어는 나비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열중하지 않았지만, 차차 나비 수집에 열중했고 희귀하거나 특별한 나비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에밀이라는 친구가 자신의 수집한 오색나비의 결점을 얘기한 순간 더는 이전에 느꼈던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나비 수집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는데 에밀이 희귀한 공작 나방을 채집했다는 소식에 나비를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갈색 공작 나방이 나무줄기나 바위 위에 앉아 있을 때 새나 다른 천적이 공격하려고 하면, 공작 나방은 접고 있던 앞날개를 펼쳐서 아름다운 뒷날개를 보여준다는 거야. 그런데 그 뒷날개에 있는 크고 환한 눈이 너무나 독특하고 의외의 것이라, 그 새는 너무 놀란 나머지 공작 나방을 가만히 내버려둔다고 했지.”
그림책으로 재탄생된 <밤의 공작새>는 그림책 속에서 그 의미가 더 짙어지고 풍부해졌다. 어두운 밤, 실루엣만 보이는 나비 모습의 책 표지에 먼저 매료되어 책을 펼쳐보면 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는 석양 속에 눈물이 차오를 때 나비를 바라보는 느낌이라 슬프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형태가 사라진 마지막 간지는 주인공 마음처럼 참혹하다.
에밀이 공작 나방의 날개를 가리지 않았다면 자연의 섭리처럼 하인리히의 욕망을 멈출 수 있었을까? 공작 나방의 독특한 눈 무늬가 책 배경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잘못은 속죄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여느 때보다 시리고 저릿했다. 인간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숨겨진 아름다운 뒷날개의 무늬를, 휘몰아치는 내 마음을, 책에서 내내 본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