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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
조선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감정은 존중하되 행동은 통제하라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영상으로 방송대 지식+ 채널에 소개된 “결국, 강한 놈은 행복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는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권위'와 '권위의식'은 다르다는 조선미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어서 다시 풀영상을 찾아 보았다. 나는 어릴 때 엄격한 집안에서 자라 공감 받고 자라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며 그런 보상심리가 남아있었는지 매사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려 애쓰다보니 점점 아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역설적이지만 아이 역시 엄마에게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어린 아이들 육아에 대한 부분은 훌쩍 뛰어넘고, 마지막 4장<현실 엄마에게는 사랑보다 인내가 필요하다>부터 읽었다. “사소한 좌절감까지 알아주고 원하는 걸 들어줘서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그러면 아이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뭔가를 안 해줬을 때 훨씬 더 짜증을 많이 부려요.”(p.224) 잘못하면 야단쳤다가 아이의 사소한 좌절감에 이내 마음이 불편해져서 다시 다독여주는 내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제 발 저린 듯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마음 읽기 연습문제>
1. 마음 읽기가 과하면 아이는 짜증이 많아진다 (○)
2. 마음 읽기가 부족하면 아이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
3. 아이가 너무 속상해할 때는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게 낫다 (×)
4.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미리 알아주는 게 좋다 (×)
5. 마음 읽기를 많이 해주면 아이가 실패를 잘 견딘다 (×)
실제 육아에서 가장 잘못한 부분은 4번이었다. 아이는 예민하고 짜증이 많아 한번 투정 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짜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아이가 짜증낼 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짜증낼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 미리 마음을 읽고 공감해줬다. 처음에는 아이의 짜증을 좀 줄어들었는데 아이가 스스로 참고 인내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가 아니라서 집안에서 점점 아이는 갑이 되고 부모인 나는 을이 되어 아이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따라 하기 쉬운 실천 지침을 정량화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마음을 알아주거나 위로해 주는 건 하루에 두 번, 각 3분씩만 해주세요."(p.232) 기계처럼 꼭 시간을 맞추라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로 짧고 굵게 이야기하면 된다는 느낌이라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편했다. 그리고 칭찬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점도 다른 육아서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칭찬이 필요한 때가 단 두 가지 뿐 이라니. 이 부분은 책에서 확인해보면 좋겠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어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잦은 편이다. 내 아이도 잘 키우지 못하면서 섣불리 상황을 판단하고 조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회의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이 아이들을 도와주는 건 이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구나. 이 아이가 좋은 시민으로 자라야 우리 아이가 좋은 세상에서 살겠구나.”(p.264) 라는 문장을 읽고 양육 방식이나 교육 방식을 개선하려 노력하는 것이 꼭 나와 내 아이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서 더는 육아서는 안 볼 줄 알았는데 아이의 성장에 발 맞춰 부모도 계속 노력하고 변화하며 성장해야하는 것 같다.